한국에서 살 수 있는 건 스페인에서도 살 수 있다.
가벼운 배낭 가벼운 발걸음
두 번째 카미노. 물론 좋은 정보들이 무수하지만, 현지에 있으면서 한 번 써 본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일 쓰는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이 현지 조달 가능하다. 매일 쓰지 않거나 비상시에 필요한 것들은 와서 사자.
난 첫 카미노 때 13킬로 들고 왔다가, 6킬로로 돌아갔다. 그래서 이번 카미노에선 시작부터 6킬로 미만으로 출발.
무조건 가볍게
필수 - 중요도 상
1. 의류 : 운동복 상하의 1세트 혹은 2세트
- 햇빛이 좋아 알베르게에 도착하자마자 빨래하고 말리면, 다 마른다. 연속으로 비가 오는 날이 아니라면.
- 기능성 : 매일 빨래를 해야 하는 곳이고, 걷다 보면 어떻게든 땀이 나기에 잘 마르는 것이 좋다.
- 긴팔& 긴 바지(레깅스) : 햇빛이 뜨겁다 못해 따갑다. 서양 언니들은 나시나 반팔, 반바지를 입고도 잘 걷는다. 하지만 우리는 피부가 타는 게 아니라 화상을 입는다. 피부가 강하다면 상관없지만, 긴팔 긴바지가 더 좋은 듯하다.
- 보통 사람들이 하루를 걷고 샤워를 하고 나면, 다음 날 걸을 때 입을 옷으로 갈아 입고 잔다.
2. 바람막이 : 모자가 달려 있는 방수
- 한국처럼 비가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부슬비나 소나기가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모자를 써서 우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 일교차가 심해 해 뜨기 전 출발하거나, 걷는 도중 바에서 쉬다 보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사용.
3. 등산 양말 : 2 켤레
- 두꺼운 것으로 2켤레로 씻고 신고 번갈아 가면서.
4. 신발 : 등산화 1켤레, 샌들 혹은 쪼리 1켤레
- 등산화는 개인 선호가 다르다. 발목을 보호하기 위한 목이 높은 것부터 낮은 것 까지. 목이 높은 등산화는 발목이 까질 수도 있으니 미리 길을 들여놓는 것이 좋다.
- 등산화 대신 트래킹용 샌들을 가져와도 좋고, 실제로 서양인들은 이를 신고 많이 걷는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 발이 젖을 각오는 필요하다.
- 숙소 도착 후 동네 구경 등을 할 때에는 부어버린 발이 숨을 쉴 수 있는 편한 샌들이나 쪼리가 필요하며, 이는 샤워할 때에 편리하다.
5. 챙 넓은 모자 : 방수
- 햇빛이 얼굴뿐만 아니라 목 뒤, 귀까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챙이 넓어 귀와 목 뒤까지 보호해 주는 것으로.
- 부슬비나 소나기가 와서 우비를 입기 애매할 때 좋음.
6. 침낭
- 가벼울수록 좋다. 예산이 많다면 가벼운 기능성으로, 예산이 없다면 E마트 등에서 파는 가볍고 싼 것으로(2018.8월 750g 7,500원 - 잘 쓰는 중)
- 모포를 주는 숙소도 있지만, 반 이상은 없다. 일교차가 심해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이다.
7. 세면도구 : 칫솔, 치약(걷는 길만큼 필요한 것으로 - 쓰던 것도 상관없고 중형도 좋다. 가벼운 게 최선), 샴푸 혹은 비누(무거운 것은 지양한다. 여기 오면 샴푸나 비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씻게 된다. 사람이 많아서 샤워 시간이 10분을 넘기면 민망할 정도로 빠르게 하게 된다. 이것으로 손 빨래까지 하게 되는데, 아까우면 세탁비누를 잘라서 오는 것도 방법이다.), 세안제(선크림을 바른다면 선택적 필요)
8. 등산 가방
- 가볍고, 쿠션이 있으며 허리와 가슴 벨트가 있는 것 : 배낭은 어깨가 아닌 허리로 매는 것. 허리와 가슴벨트가 없는 가방이라면 무게가 온전히 어깨로 가고 더 힘들다.
9. 우비
- 언제 비가 올지 모른다. 등산 배낭까지 덮을 수 있는 다회성 큰 우비를 가져오는 것이 좋다. 체온도 보호하고, 등산 가방 방수 커버 없이 다닐 수 있다.
- 현지에서 10유로 내외로 구매 가능.
10. 스포츠 타월 1개
- 그냥 수건 안 마른다. 스포츠 타월 1개면 잘 씻고 빨고, 해가 너무 뜨거울 때에는 목까지 보호 가능하다.
- 수건을 제공하는 숙소는 없다(호텔 제외)
11. 선크림& 스킨
- 햇빛 따갑다. 선크림은 꼭 필요하다. 서양인들에겐 태닝이지만 우리에겐 화상이다. 귀찮아도 햇빛에 노출된 모든 부위에 꼭 바르자.
- 선크림만 바르면 피부가 뒤집힐 수 있다. 또한 뜨거운 길을 걸어 피부가 많이 건조해진다. 하지만 피부가 강한 편이라면 안 가져가도 무방할 듯.
12. 속옷 2세트
- 입고, 빨고.
- 잘 마르는 것으로.
있으면 좋고, 없으면 대체할 수 있는 것 - 중요도 중
1. 헤드랜턴
- 시골에서 해뜨기 전 출발하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
- 휴대폰 플래시로 대체하거나, 속도에 자신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도 방법.
2. 배낭 방수커버
- 비 올 때 배낭 속 물건 등 보호.
- 배낭까지 커버할 수 있는 우비가 있다면 없어도 상관없을 듯.
3. 작고 가벼운 가방
- 대 도시에 가면 소매치기가 있기도 해서 핸드폰, 여권, 지갑 등 중요품은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다.
- 걷기가 끝난 후 마을 구경 시에도 유용.
- 없으면 손으로 들고 다니거나, 복대로 대체.
4. 장갑
- 손도 화상 입는다. 아프다.
- 화상을 포기하거나, 긴팔 안에 손을 넣거나, 선크림으로 대체 가능.
5. 스틱
- 무게를 분산하여 특히 오르막과 내리막 길에서 유용.
- 없으면 없는 대로 걸을 수 있다. 선택적이다. 정 필요하면 와서 사면된다.
6. 옷핀이나 빨래집게 몇 개
- 매일 손세탁 수 건조 시 빨래줄에 필요.
- 난 그냥 바닥에 떨어지더라도 내버려두려고 안 가져왔다.
7. 물병
- 간혹 10-20km씩 바나 식수대가 없는 마을이 있다. 미리 길을 체크하고 물을 떠가는 것이 좋다.
- 현지에서 물 사 마시고, 식수대에서 떠 다니는 것으로 대체 가능(난 이렇게).
스페인에서 사야 할 것 - 중요도 중
1. 베드벅 퇴치제
- 우리나라엔 없는 빈대가 여기에 있다. 물리면 최소 2-3주 가렵고 괴롭다.
- 물리고 나면 답 없으니, 미리 사서 숙소에 도착하자 내 침대와 베개에 난사.
- 약은 현지 것이 최고다. 약국에서 다 판다.
- 천에 뿌릴 수 있는 것이 있고, 몸에도 뿌릴 수 있는 게 있다. 이왕이면 몸까지 뿌릴 수 있는 것으로.
- 베드벅에 물리는 것 또한 추억이라 생각한다면 안 사도 무방.
비상시 필요한 것 - 중요도 하
1. 각종 약
- 지병이 있는 분이라면 가져와야겠지만 감기, 지사제, 해열제, 진통제, 파스 등 현지에 다 판다. 안 다치는 사람도 많다. 필요시 현지 구입.
- 하지만 한국보다 약 값이 비싸긴 하니, 정~~ 걱정되면 최소로 가져오는 것도 방법.
2. 스포츠 테이프, 발목/무릎 보호대
- 원래 무릎이나 발목 등이 안 좋아 계속 착용하시는 분은 사와도 좋지만, 현지에도 판다.
3. 간식
- 현지에 판다. 한국 음식 아니면 못 먹는 분들은 제외하고 현지에서 사자. 간식도 은근히 무게와 부피가 크다.
- 대도시에 가면 마켓에 김치, 고추장, 김, 라면 다 판다.
4. 비닐봉지
- 우천 시 빨래가 안 말랐을 때 넣을 것.
- 현지에서 뭐 사 먹고 조달 가능할 듯.
명심
1. 무조건 가볍게
- 당신이 싼 그 짐을 카미노 내내 지고 다녀야 한다. 불필요한 짐은 당신의 어깨에 매달려 있거나, 버려지거나, 택배로 보내질 것이다.
2. 나에게 필요한 것 알기
- 내게 필요한 것과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 고생하지 않기 위해 잘 고민하자.
3.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스페인에서도 살 수 있다.
- 필수 품목들 마저도 생장이나 대도시에서 다 구매 가능하다.
4. 물질적 도움을 받았으면, 갚을 줄 알기
- 같이 걷는 순례자들도 비상시 등을 대비해 무게가 나가는 그것을 지고 다녔다. 다 같이 힘든 길을 걷는 처지이다. 모두가 마시는 물 한 병으로라도 갚던가, 감사한 마음이라도 제대로 표현하자.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