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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 Day 7

Estella - Los Arcos

by MJXVI


오늘의 일정 - 2018.08.29

07:30 출발 - 13:00 도착 (5시간 30분)


0km Estella

2.1km Ayegui

2.8km Irache

7.1km Azqueta

9.0km Villamayor de Monjardin

21.3km Los Arcos


숙소 정보

Isaac Santiago


1. 숙박비용 : 6 euro

2. 수용인원 : 70명

3. 기타 : Wi-Fi 가능, 취사 가능, 깔끔한 편, 마사지 가능(별도 비용)



함께, 하지만 각자 걷는 길


매일 아침 6-7시에 같이 걷던 순례길 동료들. 야맹증이 심한 나는 7시-7시 30분 해가 뜨기 전까지 혼자 걷기에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7시 30분 이후 걷게 되면 12시 이후 쏟아지는 햇살에 걷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며칠간 발목이 아픈 나의 속도에 맞춰 걷느라 힘들었을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이 날은 피곤한 몸을 핑계로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7시 30분경 늦은 걸음을 시작했다.


혼자 걸으니 좋았다. 이야기를 하다가 지나치던 풍경들이 보였고,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아픈 내 발목에 스스로 미안해하며 내 속도에 맞게 걸을 수 있었으며, 내가 쉬고 싶을 때 마음껏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기나긴 초원을 혼자 걷다 보면 외로웠고, 나의 속도에 맞춰 걸어준 동료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더 느낄 수 있었다.


Villamayor de Monjardin부터 Los Arcos까지 약 12km 동안은 마을이 없다. 끊임없이 초원이 이어지고 그늘 한 점 없는 길. 그 길에서 푸드 트럭을 만났고, 앉았다.

늦게 출발했고, 느리게 걸었지만 카미노의 오아시스 같은 그 푸드 트럭엔 나의 외국인 순례길 동료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를 반겨 주었다.


30분을 초원을 멍하게 바라보다 보니, 한국인 동생이 도착했다. 나보다 늦은 8시 30분경 출발했다는 23살 친구는 누나 왜 아직도 여기 있다며 타박과 동시에 날 걱정했다. 약 30분을 동생과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한국인 동료들이 왔다. 나보다 한 시간을 빨리 출발한 동료들은 내가 탄 평지 길이 아닌 산길을 타고 쉬다 보니 늦었다고 한다.


카미노에서는 두 갈레 혹은 세 갈레로 길이 나뉘었다가 다시 합쳐지는 경우가 많다. 항상 한 길은 길고, 한 길은 짧다. 긴 길은 끝없는 초원을 순례객이니 고생을 시켜야겠다는 것인지 항상 굽이굽이 돌아가지만, 짧은 길은 가파른 경사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동료들과 나는 다른 길을 선택해서 걸었지만,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났다.


결국은 포기하거나 완주하기 전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혼자 걸어야 하는 길. 물론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들 역시 힘든 순례길을 걷는 처지임에 작은 도움에도 더 큰 감사함을 느끼는 길. 그래서 그 힘든 길을 함께 걷다 보면 더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길.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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