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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밥 Feb 14. 2024

집단이기주의

가끔 하는 생각

집단이기주의가 갖는 가장 큰 단점은 양심마저 나눠 없애버린다는 점이다.


마치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뿌려 해결하려는 것처럼

본질은 그대로인데 이미 양심은 수도 없이 쪼개어 깨끗함으로 위장하려는데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하는 무책임한 양심 전가는

집단이기주의의 떠넘기기식 모르쇠를 더욱 굳건히 다지게 하고,

결국 다수의 피해자를 낭떠러지로 몰아가게 한다.


참 뜬금없게, 손발이 오그라들게, 가식적이게

예배 때 평소 하지도 않던 기도란 걸 해봤다.


'집단이기주의가 사라지게 해주세요'


무늬만 천주교인이고 옅게 깔린 신앙심이 높게 갈 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

딱 이 한 문장만 짧게 올렸다.

우습게 무슨 기도냐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 한 문장의 기도만으로도

뭔가 진정한 종교인으로 거듭나고 죄가 씻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싸한 이타주의 실현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눈도 더 질끈 감아봤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갔다.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사람들도 종교를 갖고 있을 텐데..

그럼, 그들이 갖고 있는 종교는 우리와 같은 걸까?

모든 영역에 선을 그어대는 그들에겐 종교의 영역에도 울타리가 쳐져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 중에 특정 장소의 종교시설을 선호해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고는 한다.

그곳에서 꽃 피우는 신앙심은 더 엘레강스할까?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나누고 있음을 깨우치게 하는

성찬 다음에 쓰이는 미사통상문 중 일부다.


그리스도가 우리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하고 아낀다 생각할지.

공평한 건 인정하나 그래서 짜증이 한가득 일지.

아니면, 그마저도 우리와 너희의 신은 격이 다르다고 비아냥댈지.

뻔뻔하게 내 죄를 사하여 달라고 기도할지.

더 뻔뻔하게 저들과 섞이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지.

문득 궁금해지지만 별로 알고 싶지도

또 안다고 해도 새삼 감흥도 없을 것 같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다르다.

내 기도가 관철되더라도 거부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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