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수 없이 슬프고 끔찍한 꿈을 꾸고 나면
그날은 세상 얌전하고 겸손한 내가 만들어진다.
물론 그 얌전함과 겸손함의 기간은 짧다.
정도에 따라 여운이 며칠씩 가기도 하는데
단지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 같아서라기보다는
식겁하거나 황망한 일을 직접 겪지 않고 뭔가를 느끼게 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같은 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꿈이 주는 불안함과 꿈이라서 갖게 되는 안도가 교차되어 찾아오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발칙한 습관 같은 게 또 꿈이다.
그래서 감정과 기분의 단련엔 도움이 되기도 하나
어떤 극악의 악몽 속에서 허우적거리더라도
현실의 경험보단 배움의 정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