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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밥 Feb 21. 2024

끝내주는. 어떤 뭐라도.

아브라카다브라..수리수리마하수리..아수라발발타..


2024. 마흔여섯.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오' '나는 이런 일이 하고 싶소'

물론 그 사람의 능력을 따져봐야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기도 힘든 나이다. 사회가 내두른 잣대가 아닌 그만 떠들라고 내리 치는 현실의 쓴소리 같다. 지금까지 나는 뭘 했을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그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본 적도 없다. 아니 언제부턴가 '새삼'같은 말들로 애초에 생각을 덮어버리게 됐다. 혹 찾았다고 한들 닥치고 따져야 할 벽이 너무 많다. 응원은 둘째치고 스스로 포기해 버린다. 내가 희망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해 매진하고 성공한 이들도 많다. 만족도를 따져보고 싶지만 어느 정도의 위치를 이뤄냈다면 현실적인 만족도는 높을 것이며 취미 이상의 배움이 아니라면 다른 일에 대한 욕구는 약간의 타협으로 묻힐 수 있다. 내 처지에선 그들 또한 위대한 사람들이지만 마흔여섯에 나는 아직 욕구가 살아있다.


그냥 냅다 도전할까 하다가도 학벌이며 스펙이 못내 신경 쓰인다. 편협한 투정 같지만 아직까지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고 노력의 정도를 따져야 하니 어느 정도 합당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물론 난 나이에서 고스란히 걸러진다. 번뜩이는 능력 검증까진 갈 필요도 없이. 안쓰러운 눈빛과 함께.


건강 문제가 있다는 게 더 큰 짐이다. 오랫동안 자영업을 하며 무릎은 벌써 퇴행성에 이곳저곳 수술만 여러 번이고 머리 쓰는 일은 물론 몸 쓰는 일도 밀릴 처지다.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하자니 꼴에 그건 싫고 다시 장사를 하기엔 가진 게 너무 없다.


근데 미련하게도 이런 고민은 늘 더 큰일이 생겨야 속 좁은 한탄임을 깨닫게 된다.


아내의 암이 재발했다.. 가늘고 날카로운 이명이 또 한 번 여기저기 들어와 박힌다. 인색하고 못되게 굴던 내 탓 같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아내는 좋은 사람인데..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도 넓지만 같이 있으면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데.. 그런 아내에게 살가운 응원 몇 번 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만 다시 쥐어 주고 말았으니..


늘 부딪히면  불편한 마음에 잠이 들고 돌아서면 항상 미안했기에 짓눌리는 마음이 곱절로 아파온다. 병을 긁어내는 것도 근심을 치워내는 것도 온전히 내가 채우고 걷어낸  상처들이다. 매번 딸을 위해  마음을 쓸어 담는 게 보이지만 내 위로가 온전히 전달될까 싶어 다독이지도 못하고, 병원 가는 날이면 새어 나오는 갑옷처럼 두르는 찬양 소리에 당연한 위로조차 머뭇거리고 있다.


나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구나.. 서운함보단 무력한 자책이다.


아주 좋고 굉장한 일이 확 일어나 버렸으면.

놀라 벌어지는 입을 잡아당길 만큼 짜릿했으면.


어떤. 

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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