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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밥 Jan 25. 2024

작은 도시에서 산다는 것

찰나와 놀기



사실,

별로 좋을 건 없다.








문화적 경제적 혜택에서 조금은 밀려나 있고 갖은 애정으로 키우는 내 새끼는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공부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여행만 해도 대도시에선 정적인 휴식을 찾아 소도시의 힐링을 검색하지만 소도시에선 활기차고 멋진 대도시의 그것을 경험하기 위해 분초 단위의 계획을 짜기 일쑤다.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민족 대이동의 두 명절을 빼고 나면 몰려드는 분주함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역시 이곳을 벗어나고자 발악을 하였고, 성공한 듯했으나 실패한 건 아니라며 다시 귀향하였고, 아직 기회는 있을 거라 틈만 노리는 형색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내 깜냥으론 이곳도 큰 그릇이었음을 깨닫고 나니 바보 같고 더딘 변화가 그때만큼 온전히 싫지만은 않더라.





동네 소경. 비밥.



주제 파악 후에야 살짝 알아버린 건, 

이곳에 두고 있는 애정의 인색함이 꿈과 함께 떠나버렸던 막연한 무시 때문이라는 것과

그럼에도 변함없는 배려로 맞이하는 작은 도시의 따뜻함이 고맙다는 것.








어린 시절 잡다한 추억은 풀밭 난무한 동네 어귀마다 고스란히 담아 왔고 지금은 사라진 학교 앞 공터 자리엔 그때 냄새가 여전히 느껴지며 순희네 살던 집 영희네 구멍가게는 어찌 그리 잘도 버티었는지. 이곳엔 아직 좋은 것들이 제법 많은 듯하다. (물론 그 좋음의 대상들은 전혀 다른 입장일지 모른다)


동네 소경. 비밥.


토마토 말랑살이 굳어진 지금, 옛 모습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오며 가며 습관처럼 하는 말이 '아직 그대로네' 인걸 보면 변한 건 나뿐이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변하지 않음에 고맙기도, 변할 수 없음에 안쓰럽기도 하나 우리끼리 부르는 촌놈, 촌년이 지금까지 살갑게 다가오는 걸 보니 작은 도시에서 산다는 게 내겐 나름의 쓸모가 되었나 보다.


동네 소경. 비밥.


물론, 좀 더 동적인 활력에 목마름을 느끼며 산다. 같은 것도 정적으로 보이는 묘함이 흔히 말하는 촌스러움이고 가끔씩 그게 멋들어짐으로 덮어지길 바란다.


항구 소경. 비밥.


항구 소경. 비밥.






사실,

많이 변했다.









하지만, 머물러 있는 것보다 사라진 게 머물러 있는 사람보다 떠난 이가 많고 새로움으로 덮어진 변화라기 익숙한 게 지워져 가는 낯섦이  스쳐간.                                                                       


도시 소경. 비밥.


낙후된 도심과 오래된 생활 밀집지역은 살아나지 못했다. 옛 모습을 간직했다 생각한 곳들은 옛 모습 그대로 방치된 느낌이다. 개발은 외곽으로 겉돌았고 이젠 중심상권이 됐다. 몸통은 아직 아이로 팔다리는 어른으로 자란 것 같지만 그게 어디 작은 도시만의 얘기겠는가. 모든 도시들이 똑같이 성장하고 큰 도시 역시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변화 속에서 익숙한 건 추억지만 사실 도시는 그 추억을 간직한 이들을 위해 탈피하는 것이다. 변화가 아닌 변할 수 있게 거들기 위해서.




동네 소경. 비밥.



작은 도시는 큰 도시를 꿈꾼다고만 생각해 왔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왠지 다시 어른에서 아이가 되어가는 것만 같은 지금에서 돌아보니, 작은 도시는 꿈을 찾아 떠나간 이들을 응원하 꿈을 위해 커가는 우리를 격려하 있어 왔다. 자라온 나와 머무를 우리가 따뜻하게 품고 꿈꿀 수 있도록. 두의 추억이 눈치채지 않게 조금씩 조용히 성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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