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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밥 Jan 24. 2024

기대 봐 뭐라도

찰나와 놀기



쉴 때가 되었으니

지치는 거겠지요.








비밥.




걸림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은 쉼 없이 흐르는 우리의 일상다반사와 닮아있다. 가끔은 쉬어도 좋을 텐데 어김없이 흐르고 흐른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창에 맺힌 빗방울에서 잔잔한 부러움이 느껴질 때면 나도 그냥 쉬어볼까 생각이 든다. 기댐의 미학이 중요한 건 멈추는 데 있다. 빗방울도 나도 어딘가에 기대어 쉬다 보면 생각도 고민도 잠깐이나마 멈출 수 있는 거니까.




정보화시대, 경쟁시대, 자본주의시대에서 가장 많이 알고 느끼지만 가장 사용하지 않는 건 '쉴 때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알고 사용하지 않는 것.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무시당하는 것. 물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리는 경우가 상당수지만 어쨌든 스트레스는 내 정신과 피로는 내 육신과 한 몸인 채로 무거운 아침을 맞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사는 게 힘든 건지 힘들게 사는 건지 헷갈린다면, 잠깐 멈춰보는 것도.








하루 일과가 끝나가면

늘 비슷한 생각들로 잔 고민에 빠지고

내일을 앞둔 지친 육신을 위해 작으나마 위로의 소찬을 마련한다.

엷고 선명하게 서리 맺힌 캔맥주 한 개와

포삭하지만 제법 맛나게 누워있는 노가리 반포,

거기에 한겨울 해풍에 튼실히 건조된 햇김 두어 장이면

일단 오늘의 회포를 속삭이기엔 안성맞춤.

날 선 겨울 기운은 뜨듯한 아랫목으로 날려주고,

늘어진 어깨 한쪽은 바람 빠진 베개로 받쳐주고,

잡다한 고민 한 상은 캔맥주 두어 모금 꿀꺽해 주면

잠시 잠깐 지상도 천상 같다.

어제만큼 내일도 뛰리라 오늘만큼 앞으로도 비벼대리라 생각하고

재미없는 TV 쇼프로에 실소하다 보면 고민도 생각도 무뎌진다.

고민도 한계가 있고 생각도 가장자리가 있기 마련이니

뭐든 죽창 달리면 몸만 나가떨어진다.

가끔은 술, 안주, TV에 기대어 뒹구는 게 효과 만점일 때가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인생보다

여기저기 튕겨가며 드러눕는 인생이 때론 더 감칠맛 난다.



오늘은 그냥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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