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은 쉼 없이 흐르는 우리의 일상다반사와 닮아있다. 가끔은 쉬어도 좋을 텐데 어김없이 흐르고 흐른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창에 맺힌 빗방울에서 잔잔한 부러움이 느껴질 때면 나도 그냥 쉬어볼까 생각이 든다. 기댐의 미학이 중요한 건 멈추는 데 있다. 빗방울도 나도 어딘가에 기대어 쉬다 보면 생각도 고민도 잠깐이나마 멈출 수 있는 거니까.
정보화시대, 경쟁시대, 자본주의시대에서 가장 많이 알고 느끼지만 가장 사용하지 않는 건 '쉴 때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알고 사용하지 않는 것.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무시당하는 것. 물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리는 경우가 상당수지만 어쨌든 스트레스는 내 정신과 피로는 내 육신과 한 몸인 채로 무거운 아침을 맞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