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3월 첫날 무엇을 준비할까요?
이제 교실을 얼추 완성했으면 개학을 준비합시다.
개학날 학생들이 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허전하겠죠?
칠판과 교실 앞, 뒷문에 환영의 말을 붙여둡시다.
어떻게 만드냐고요?
동료 선생님 중에는 금손이 많으십니다.
교사 커뮤니티에서 '환영해요판'이라고만 검색해도
수많은 예시자료들이 있을 거예요.
그 파일에 학생들의 이름을 수정하고 출력해서
교실 앞과 뒷문에 붙여주세요!
그리고 '자리배치도'도 잊지 마세요!
학생들 신발 정리를 위해 번호를 같이 적어주면 좋겠죠
개학날 아침에 칠판에 아침활동에 해야 할 일들을 적어줍니다.
개학날 아침이 학생들이 가장 말을 잘 들을 때입니다..(?)
뻘쭘하게 학생들이 앉아 있는 것보단 조용히 독서 활동을 해보세요.
앞으로 진행할 아침 활동을 첫날부터 진행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침 분위기가 학기 말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오면 바로 해야 할 가방 정리, 책상 서랍 정리, 사물함 정리를
학기 초부터 반복 교육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PPT화면에 정리 예시 사진을 보여주면 학생들이 잘 정리할 거예요.
첫날에는 교과 수업을 바로 들어가기보다
서로 소개하고 학급 규칙을 세우는 시간을 가지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맨 처음에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주고 인사를 해요.
명렬표를 개학 전에 미리 뽑아서 번호 순서대로 암기하고
학생들 얼굴을 보면서 이름을 불러주면 굉장히 신기해하고 좋아합니다.
이어서 교사 소개를 하는데요.
퀴즈 중심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도 좋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소개를 하는 것도 좋아요.
첫날에 학급 규칙을 잘 설명해 놓아야 하는 게
학기 초 생활 습관이 신기하게 학기 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 수업 준비 방법, 학교폭력 지도, 놀이 규칙 등
하나부터 열까지 말해줘야 할 것이 많은데요.
한꺼번에 다 얘기하면 효과가 부족합니다.
줄을 설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줄을 설 때 가르치고
급식 먹는 태도는 급식 먹기 바로 전에 가르치고
놀이 규칙은 놀이하기 직전에 가르쳐야 효과가 높아요.
첫날에는 학생들이 교사의 허용범위를 눈치를 보며 체크합니다.
만약 여기서 학생들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지도해야 할 것들을 그냥 지나가 버린다면
앞으로 화내야 할 일이 더욱 많아지게 됩니다..
차라리 첫날 빡세게(?) 질서를 잡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풀어주시는 게
훨씬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이건 정말입니다.
절대 규칙, 질서를 내려놓으시면 안 됩니다.
재밌으면서 엄격한 교사가 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3월부터 교사의 권위가 사라진
'교실 붕괴'가 올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줄 세우기 연습을 할 때
책상 위를 치웠는지, 의자는 집어놓았는지,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반복연습하면서
안되면 될 때까지 하세요.
3월 초에는 수업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수업 5분 늦게 시작하더라도
기초 생활 습관을 5분 더 지도하세요.
그 습관이 학기 말까지 이어지니까요.
이렇게까지 강조하는 건 제가 힘들어봐서 그렇습니다.
학기 초에 잡지 못한 질서는 이후에는 절대로 못 잡아요..
학교폭력에 대한 엄격한 지도도 필요합니다.
놀욕때빼험따: 놀리기, 욕하기, 때리기, 빼앗기, 험담하기, 따돌리기
이 여섯 가지를 계속 언급하면서 절대로 안된다는 각인을 심어주세요.
그리고 행감바, 인사약 교육을 같이 해줍니다.
행감바: '행동 - 감정 - 바람'으로 이어지는 사과를 받아내는 말하기 방법
인사약: '인정-사과-약속'으로 이어지는 사과를 하는 말하기 방법
이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선생님에게 고자질하기 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예요.
고자질하러 왔을 때
"혹시 행감바 했어? 선생님이 옆에 있어줄 테니까 행감바 해볼까?" 하며
사과를 스스로 받아내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주세요.
그러면 고자질하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고 웬만한 일을 학생 스스로 해결하게 됩니다.
첫날에는 삼각 이름표 만들기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교실에 오는 외부 선생님들이나 전담 선생님들을 위해 만드는데요.
학기 초에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는 게 힘들다면 이 활동을 하면 좋습니다.
저는 이름표 만들기 활동 대신에 전담시간에 학생들 명찰을 나눠주었습니다.
이름표가 생각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오래가지 않는 느낌이 있어서
예산 여유가 있다면 명찰을 구매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첫날 마지막 시간에는 간단한 친교활동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의자를 동그라미 대형으로 해서 '과일 바구니' 게임이나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게임을 할 수 있어요.
아니면 미션지를 나누어주고 그 미션에 맞는 친구를 찾아서
사인을 받아오는 친목 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놀이들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놀이 전에 놀이 규칙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놀이를 하는 이유는 친구들과 같이 재밌게 놀고 친해지려고'라는 놀이 목표를
학생들에게 세뇌를 시켜야 합니다.
놀이가 끝나면 동그라미 대형으로 앉아
느낀 점을 간단하게 말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습니다.
아쉬운 점이나 좋았던 점을 서로 얘기하면서
놀이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거든요.
첫날에는 안내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안내장을 나눠주고 알림장을 쓰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줍니다.
그리고 알림장 쓸 때 글씨를 바르게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학생들의 글씨를 보고 등급표시를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글씨를 바르게 쓰려고 하더라고요.
나중엔 S+++ 받는 학생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학부모에게 '왜 글씨를 가지고 평가를 하냐는' 민원이 들어올 수 있으니
어떻게 대답할지 확실한 글씨 지도 목표를 세우고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첫날 해야 할 일들을 파노라마식으로 쭉 열거해 보았는데요.
여기에 선생님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알찬 개학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