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이 회사에 적응하는 방법
막내 디자이너가 입사를 했다. 26살인 막내 디자이너는 군대를 다녀오고 몸을 쓰는 알바를 많이 했던 친구다. 그런 그가 우리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회사가 규모는 작지만 신입사원을 뽑는 일은 아주 까다롭다. 왜냐하면 소규모의 회사일수록 사람의 역량에 따라서 회사의 이익과 불이익이 갈리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oem 생산 오더를 받기 위해서는 자체에서 디자인한 이미지로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서 디자인이나 가이드를 주고 만들어 달라는 경우는 있기는 하지만 많지 않다. 보통 아쉬운 쪽에서 디자인을 멋들어지게 하여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이 맘에 들면 오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의 직원 한 명 한 명의 역량과 실력은 회사의 사활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어느 회사든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사람의 실력과 역량은 회사에 좋은 영향이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작은 회사는 더 그렇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직원을 뽑기 위해서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면접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조차도 큰 문을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다. 면접을 경험하는 당사자는 알지 못하지만 면접을 하자고 하는 것은 거의 채용의 의사가 있는 것이니까.. 막내 디자이너는 그럼 검증을 통과하지는 않았다. 운 좋게도 적합하리라 생각되는 어떤 사람을 면접을 보고 출근하라는 통보를 하기 위해 전화연락을 했는데 다른 곳에 동시에 취업이 돼서 출근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막내 디자이너는 이런 급해진 상황에서 면접을 보고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정하고 입사가 결정되었다.
막내 디자이너는 어리기 때문에 그저 내 눈에는 이뻐 보였다. 퇴근시간이 다 되면 주변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이나 인사하는 모습이 예의가 바른 게 눈에 보여 더 이뻐 보였다.
사소한 태도이지만 그런 것들은 그 사람에 대해 좋은 인상을 준다.
나는 이런 예의 바른 막내를 이뻐하고 가끔 점심도 사주곤 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손도 빠르고 말을 잘 알아 들었다.
디자인 감각도 있어 보이고 좀 더 보기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막내는 점심시간마다 사람들과 어울려 한동안 밥을 사 먹었다.
그러다가 점심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했다.
나는 가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직원들 몇 명과 같이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시간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날은 주변 식당에서 사 먹는다. 대기업처럼 구내식당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구내식당이 있다면 점심메뉴 고르는 고민은 없을 텐데, 한동안 사 먹으면 점심 메뉴 고르는 게 쉽지 않다.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마음과 그에 부응하는 음식을 고르는 일은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막내 디자이너가 도시락을 싸온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 와 도시락 싸왔네"
"네 점심값이 너무 비싸요"
수습인 막내는 아직 첫 봉급조차 받지 않았다.
막내 디자이너는 점심값으로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 이 도시락 직접 싼 거야?"
" 아뇨 할머니가 싸주셨어요"
"할머니가 도시락 싸시느라 신경 많이 쓰시겠네.."
음식을 만드는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걱정이 되었다. 막내는 할머니의 수고와 자신의 용돈을 맞바꾸고 있었다.
요즘 할머니와 같이 사는 집이 흔하지는 않은데 이 친구는 할머니와 고모와 엄마 아빠와 여동생과 6명의 대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의가 바르고 싹싹하다. 나는 그런 막내 디자이너가 이뻐 보였다.
남자들은 대부분 도시락 싸오고 먹는 일을 부끄럽게 여긴다. 하지만 막내는 용감하게 도시락을 싸오고 여자들의 수다에 동참하며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저항하기 위해 도시락을 싸온 것이다. 그의 용기와 알뜰함이 귀여워서 웃었다. 아직 어린 막내는 초등 입맛을 가지고 있기에 햄과 같은 반찬을 그의 앞에 밀어주고 권유한다.
" 이거 먹어봐"
" 네 감사합니다"
도시락을 싸오면 점심시간이 한결 여유롭다. 도시락을 먹는 시간은 20분 정도 소요되고 나머지 시간은 여유 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책이라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햇살이 이쁘게 비치는 창가에서 잠깐 책을 읽는 점심시간은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