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에서 깨어나니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난 잠시 기절한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40년 인생이 사라졌다.

by MUN MOON

2025년, 여름.

병실 창문으로 노을빛이 스며든다. 한 여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어… 여기가… 어디지…?”

목은 뻣뻣 했고, 혀는 굳은 나무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손도 발도, 아니 손가락도 발가락도 하다못해 입술 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만 무력하게 꿈벅꿈벅 떳다 감았다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눈동자는 흐릿했지만 천장에 매달린 LED 조명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간신히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었다. 눈동자를 움직여 최대한 볼수있는 곳을 보려 힘을 주었다. 들려오는 전자음 소리, 알코올 냄새, 분주하게 움직이는 간호사복장을 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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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병원이구나.' 수연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려 애쓰면서 몸을 움직이려 계속 힘을 주었다.

그때 였다. 한 간호사의 괴성과도 같은 놀라는 소리가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으헉. 선. 선. 선생님."

간호사의 다급한 외침에 시끄러운 방송이 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뛰어오는 구두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니. 왜들 유난이지.'

수연에게 다가온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의사가 수연의 눈을 후레쉬로 비추고 수연에게 연결되어 있는 기계들을 체크해본다. 그러더니

"환자분. 환자분. 제가 보이세요?"

수연은 대답하고 싶었지만 입술이 약간만 꿈지럭 걸리뿐 입을 열고 소리를 낼수 없었다.

"환자분. 제말이 들리시면 눈을 깜박여 보세요."

수연은 눈을 깜박였다.

의사는 다시 말했다. 의식 돌아온게 맞는거 같다며 빨리 보호자에게 연락 하라고 했다.

수연은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생각했다.

'아니 내가 많이 다쳤었나? 왜 다들 호들갑들이지? 근데 난 왜 움직일수가 없는거야?'

잠시 후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급하게 열려 쾅하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웬 중년의 남자가 수연 옆으로 왔다.

수연이 눈을 움직여 보니 아빠였다.

수연이 눈에 눈물이 그렁 거리려는 순간

"누나! 누나 정신 차린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건 무슨? 아니 아빠가 왜저래, 내가 못 움직이는 걸 알고 장난 치시는 거야? 아 대답해야 하는데 입술이 왜 이리 안움직여.'

그런데 그 중년의 남자는 어린아이처럼 흥분해서 계속 누나라고 수연을 부르다가 밖에서 의사가 불러내서 병실 문앞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연은 그 상황들을 그저 눈만 꿈벅이며 쳐다 볼 뿐이었다.

잠시 후 의자를 침대 옆으로 잡아 당기는 소리가 들리고 수연의 시야에 아빠의 얼굴이 다시 잡혔다.

그런데 아빠 얼굴이 웬지 이상했다. 분명 아빠 닮은거 같은데 웬지 아빠가 아닌 느낌이랄까?

수연은 눈만 굴리며 생각 했다.

바로 그때였다.

그 중년의 남성이 맗을 하기 시작했다.

"누나, 정말 이건 기적이다. 이건 세상에 이런일에 나올 상황이야."

수연은 그저 눈만 꿈뻑거리며 그 중년의 남자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일단은 누나, 의사 선생님이 정밀 검사 하고 신경과 운동근육들이 움직일수 있도록 도와 주신대.

누나 다른곳은 아무 이상없다고 하셨어. 지금은 좀 힘들수 있어도 곧 말도 하고 몸도 움직일수 있을거래."

수연은 그냥 듣고만 있었지만 영 거슬렸다. 50세이상은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자꾸 자기 보고 누나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없으니 그냥 듣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수연은 신경과, 내과, 정형외과, 안과, 등등 여러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나서 부터는 물리치료사와 맛사지 하는 분들 그리고 피부과와 피부 관리사분들이 수연을 케어하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수연이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손가락 발가락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연은 매일 같이 와서 자기보고 누나하고 하는 50대 아빠 닮은 남자가 너무 궁금해서 입술을 떼어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마자 물었다.

"누구세요?" 수연은 천천히 한 단어 한단어 힘겹게 내 뱉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침대 옆 의자 삐걱이며 수연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움직였다.

“누… 누나? 이제 말 할 수 있는 거야?”

남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잡았다.

“나야… 정우.”

수연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기억 속의 동생은 중학교 교복을 입은 사춘기 소년이었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중년의 남자가 아닌가?

“저...죄송한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보다 한참은 위이신거 같은데 왜 자꾸 누나라고 하시고 제 동생 이름은 또 어떻게 아세요?" 긴 문장을 얘기하고 난 그녀는 숨을 가쁘게 쉬며 매우 힘들어했다.

정우는 "지금 자꾸 얘기 하지마, 천천히. 응? 천천히 얘기하자." 하며 말을 하고 수연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하려다 낮에 정신과 상담 선생님이 말한 얘기가 생각나서 입을 다물었다.


--- 정신과 상담 선생님은 정우에게 말했다.

“누님이 깨어나셔도, 40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아무련 준비없이 말씀하시면 큰 충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누님의 멈춰버린 시간은 1986년이니까요. 지금 바로 말한다해도 그걸 받아들이기 힘드실거에요.그러니 차근차근, 환자분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조금씩 알려주세요.

절대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털어놓지 마세요.”


정우는 누나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봤다. 가뿐 숨을 쉬고 있는 누나의 모습.

정우는 40년이라는 시간동안 거의 매일 봐왔기 때문에 지금 눈앞에 있는 수연의 모습이 익숙하지만 23세에 잠들었다가 4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깨어난 수연이 과연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받아 들일수 있을까? 정우는 생각했다.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의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야겠어.'

정우는 자신이 설명하려 했던 것을 멈추고 내일 정신과 선생님과 심리상담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요청 하기로 하고 지금을 자리를 피해야 할것 같아서 수연에게 말했다.

"누나. 나 지금 볼일이 있어서. 지금 가야 할것 같애. 내일 다시 올께. 내일 봐."

수연은 "네." 하고 대답하고 정우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정우가 나간 후 수연은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싶은데 영 거울이 없어 답답하다.

후딱 일어 날 수 있기 만이라도 하면 유리창에라도 비춰서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싶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


"간병사님, 저 거울 좀 주시겠어요? 거울을 보고 싶은데 몸 움직이는게 아직 너무 힘드네요. "

그러자 간병사는 당황하며 어머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지금 거울이 없어요. 제가 묶어 드릴께요."라고 하며 수연의 머리를 살살 빗어 넘기면서 묶어주었다.

"저 그럼 죄송한데 밖에 간호사 언니들한테라도 빌려다 주시면 안될까요? 거울을 보고 싶어서요.

라고 했다. 간병인은 "에고. 벌써 시간이 이리 됬네요. 아고. 미안해서 어쩐대?나 이제 가봐야할것같아요." 갑자기 간병인은 허둥지둥 가 버렸다.

수연은 왜 저러시지라고 생각하면서 내일 다시 거울을 갖다 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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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이후에도 그 누구도 수연에게 거울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서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수연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챘지만 물어보는 것이 무서워졌다.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닌 자신을 대하는 모든 사람이 다 그녀의 눈치를 보고 뭔가 모를 말 조심들을 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수연은 궁금 한것이 많았지만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너무 힘이 들어 하나씩 담당 선생님과 상담할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 했다.


다음날 그녀를 담당하던 정신과 의사 김혜리와 심리 상담전문의 의사 이기혁으로 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수연이 생각했던 것 처럼 잠시 기절을 한것이 아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연에게 몇년이 흘렀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병실 하얀 벽에 스크린을 띄워 1986년 부터 변화 되어 가는 정치, 경제, 그리고 생활들을 조금씩 조금씩 매일 보여 주었다.

수연은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도, 맛사지를 받으면서도, 여러가지 치료를 받으면서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녀는 무엇인가 느껴 졌는지 검사실로 향할때 보이는 유리벽이 있으면 스스로 눈을 찔끔 감았다.

수연은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지금 무슨 상황이 정리되어 그녀 앞에 던져질지....점점 두려워졌다.

몸이 점점 움직임이 나아질 때 쯤 정신과 의사와 심리 상담의사는 현재 바뀐 세상의 모습들을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며 그녀에게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일수 있도록 천천히 차근차근 끈기있게 그녀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는 그녀를 안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을 느낀 수연은 내가 잠든 시간이 짧은 시간이 아님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담과 함께 병행 되어 왔던 그녀의 잠들어 있던 근육과 신경을 깨우기 위한 여러 치료와 테라피의 결과가 생각보다 빨리 진전이 있었다. 그녀가 잠든 40년 동안에도 매일 맛사지와 근육들이 굳지 않게 물리 치료를 해 온 덕분에 수 개월 아니 몇년이 걸릴 수 있는 재활치료가 생각보다 빠른 시간안에 효과를 봤다.

손이 움직인다.

그녀의 손과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담을 하던 의사들은 같이 기뻐 해주던 것도 잠시 서로 눈치를 보며 눈빛 교환을 하더니

수연에게 조심스럽게 마지막 영상을 보여 주면서 그녀가 잠들었던 시간이 40년의 세월이 지났음을 알려준다.

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지나가는 영상들만 보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볼 위로 한 줄기 눈물이 흐르더니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흐느꼈다.

천천히 자신의 손을 힘겹게 들어 올려 바라 보았다.

너무나 낯설은 나의 손. 너무도 달라져 버린 나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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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