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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토 Mar 30. 2019

[문토] 사소한, 하지만 그래서 기쁜 나를 위한 시간

<나와 만나는 주방> 2018 가을 모임 후기

마크로비오틱 요리모임 ‘나와 만나는 주방’ 가을 시즌 모임도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첫번째 모임에서는 ‘먹방’과 ‘미식’이라는 트렌드가 마음에 걸려, 우리의 식탁이 너무 평범해 지지 않게 끔, 나무 밥통을 챙겨와 치라시스시를 만들기도 하고 퇴근 후 배고파하며 문토 라운지를 찾았을 멤버분들 생각을 하며, 밥은 제가 지어두기까지 했죠. 하지만 역시 ‘나와 만나는 주방’은 모임에서 만든 요리를 일상에서도 꾸준히 실천하기를 원하는 분들의 모임입니다. 


때문에 세번째 모임부터는 식사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니 간식을 두둑히 드시고 오시라는 공지를 미리 드리고, 현미를 씻는 법부터 다같이 진행했습니다. 준비한 메뉴 또한, ‘실천’에 집중한 소박한 요리들을 준비했죠. 




하지만 그 결과물은 대만족이었습니다. 미리 물에 불리지 않아도 부드럽고 쫀득한 현미밥맛에 언젠가 이런 맛있는 현미밥을 짓고 싶다는 목소리도 들리고요. 설탕한톨 없이 달콤한 채소의 향을 품은 잡채 맛에 파와 무가 이렇게 달콤한 줄 몰랐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이 날 우리는 나물과 된장국과 같은, 평범하다 못해 사소할 수 있는 집밥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속에서 시간을 내어 나를 위해 따뜻한 집밥을 직접 만들어 먹었을때의 만족감은 급하게 말아먹은 씨리얼을 먹고난 뒤의 허한 마음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화려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먹거리가 가진 본연의 맛으로 요리하는 마크로비오틱을 통해, 일상속에서도 이런 만족감을 직접 느끼셨으면 했습니다.


나를 돌볼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 비로소 사소한 것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드는 법입니다. 11월의 두번째 모임에는 함께 100회째를 맞이한 마르쉐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속가능성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 마르쉐를 무척 좋아해 개인적으로도 즐겨 가곤 합니다. 마르쉐에 출품된 농산물, 제품들은 그 품종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품질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쉐프들과의 협업도 많아지고 있어 서울 식문화에 새로운 물결을 갖고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산, 외부 지역산 작물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는 이 시대에, 무작정 우리 농산물을 지키자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로 경쟁력을 만들고 있는, 현명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르쉐에서는 내가 사는 상품을 키우고 만들어 낸 생산자들과도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이 채소가 어떤 환경에서 재배되었기에 농약없이 이런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왜 이런 생김새를 하고 있는지 등. 내가 먹을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재배했는지에 대해 이해할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죠.


물론 잠깐의 대화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가 일상에 녹아들어 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자연과 공존하며 미래의 더 풍요로운 식탁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도 조금이나마 그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도 될 겁니다. 다함께 마르쉐에서 산 음식을 나눠먹으며 우리는 마르쉐를 통해 엿본 풍요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지난 세번째 모임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보는 식사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음미하기, 꼭꼭 씹어먹기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을 제안해 봤습니다. 내 눈앞에 놓인 식재료의 생명력을 받는 감사함, 이 생명을 일궈낸 생산자에 대한 감사함.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실감하며 살게 됐을 때, 우리의 식탁은 비로소 조금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요.


 ‘주방을 통해 나를 챙기는 시간을 가질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나와 만나는 주방’. 점점 그 대화의 폭도 넓어지고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전혜연

<나와 만나는 주방> 리더





<셰프의 테이블>

식재료와 음식, 미식과 사회, 환경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며 나만의 미식 지도를 그려보는 모임입니다. 혀 끝에 익숙한 맛에서 생소하고 낯선 맛으로, 허브부터 향신료, 오리지널 퀴진에서 퓨전 다이닝까지, 다양한 맛들을 직접 경험하고 느끼며 미식을 바라보는 시선과 틀을 새롭게 만들어 보려 합니다.  함께 맛보고, 즐기며, 질문하며 새로운 미식 로드를 떠나길 원하는 모든 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세계 미식 기행>

음식으로 세계 여행을 떠납니다. 잊지 못할 여행지의 맛을 손끝에서 만들고 함께 맛보는 모임입니다. 터키, 포르투갈, 태국, 불가리아, 체코, 중국 등. 여행 이후의 일상에서는 잘 접하기 힘든 그리운 맛을 되살려보고,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각 나라에서 즐겨 사용하는 식재료는 무엇인지, 어떤 향신료를 좋아하는지, 음식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나누다보면 어느새 내가 머문 이 곳이 여행지가 되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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