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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쓱 Nov 07. 2020

책 선물을 받는 책방 주인


저는 일요일마다 꽃 포장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벌써 4주나 되었어요. 


지난 수업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 말했습니다. 


"저희가 매주 꽃다발을 만들어서 집에 가져가잖아요, 

그런데 며칠 전에 꽃다발을 선물 받았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말하신 분의 표정은 조금 곤란하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꽃다발은 선물을 받을 때는 기분이 좋지만, 

집에 가서 화병에 꽃아 두고 매일 물을 갈아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릅니다. 

저처럼 책방을 가지고 있어서 장식할 공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커다란 꽃다발이 한 주에 2~3개가 생기면 처리가 곤란하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꽃 만지는 일을 하면서부터는 한 번도 꽃 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게 좀 아쉬워요."


함께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아마 선생님의 지인들이 매일 꽃을 보니까 선물로 꽃을 주지 않는 게 배려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한 마디씩 덧붙였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게 아쉽다고 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매일 꽃을 만지면서, 선물도 꽃을 받고 싶을까?

원하면 자기가 더 싸게 사서 만들 수도 있는 것을?



그런데 며칠 전, 아는 분이 책방에 왔습니다. 

책을 한 아름 끌어안고요. 


제가 책방 겸 카페를 한다니 관련된 책들을 가지고 온 것이었습니다. 

신메뉴를 개발할 때 참고하라고 유명 카페의 메뉴 북, 

1인 카페 운영하는 법이 담긴 책, 

연남동에 있는 유명한 독립서점 사장님이 쓴 책, 

내용이 획기적이고 재미있어서 가지고 온 책 등등

9권이나 되는 책을 들고 와서 빌려주는 것이니 읽고 돌려주고, 한 권은 가지라고 했습니다. 


받는 책방 주인의 기분은? 

최고였습니다. 

아마 저를 생각하고 준비한 선물이라 좋았던 걸지도 몰라요.



그런데, 오늘 또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책을 한 권 사시며, 저에게 책을 한 권 주셨습니다. 

본인이 쓴 책이라며 선물이라고 하면서요.


와...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요. 


꽃 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책방 주인이어도 책을 선물로 받는 건 아주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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