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언덕에서, 보물찾기
타이베이의 2월 그리고 3월 초순의 날씨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그 자체. 느닷없이 높아진 기온에 목덜미는 타들어가고, 광대는 빨갛게 익어가다가도 다음날은 10도 이상 뚝 떨어진 기온으로 옷깃을 여미며 매서운 바람과 맞서야 한다. 그래서인지 길 위의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몸 온도에 맞는 옷들을 입고 길을 걷는다. 누군가는 짧은 소매의 옷이, 또 누군가에게는 코트가 필요한 요즘의 날씨에 나는 마치 양파가 된 기분이다. 여러 겹 겹쳐 입어낸 옷들을 하나씩 벗어내며 뜨거워 위진 날씨에 적응하다 보면 차가운 밤이 찾아오고 다시 벗었던 옷을 껴 입으며 내일의 날씨를 체크한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타이베이의 날씨는 28도였지만, 다음 주 이맘때쯤 날씨는 일교차가 무려 14도! 벌써 다음 주의 날씨가 조금은 염려된다. 지난 월요일, 굉음을 내며 천둥번개가 휘몰아쳤고 대만 친구들은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은 것을 축하한다며 내게 천둥소리는 곧 봄이 온다는 신호라고 귀띔해 주었다. 인생에서 처음 경험한, 굉장한 굉음으로 인해 잠을 설쳤던 그날의 천둥번개 이후 날씨가 뜨거워지며 새싹들이 하루하루 자라나는 요즘엔 땅 위에서 생명을 다한 새로운 식물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자라기 바쁜 새싹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새싹에게만 날씨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일까 생각하게 됐다. 우리에게도 날씨는 삶의 궤적 속에서 꽤 많은 영역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확신이 들었다.
계절이 그리고 날씨가 내게 전하는 감각을 담아내는 레터프로젝트는, 누군가 내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가 어떤 감각으로 달라지는 계절을 그리고 날씨를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결국은 내면 속 나와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프로젝트이다.
물론, 편지를 주고 또 받는다는 건 사랑을 나누고, 애정을 전하는 고전적이며, 언제나 성공하는 필승 전법.
길고도 짧은 우리네 삶에선 결국, 사랑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