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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된다는 것

관계 맺음

by Lizzy Moon


이곳에 함께 입주한 작가님들이 신기한 눈빛을 담아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조금은 주저한 듯한 목소리로, "너 대체 대만에 친구가 몇 명이나 있는 거야?" 조금은 재미난 이 질문에, 나는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고 만다. 그리고 잠시, 말의 호흡을 살리며 답한다. "음... 대만에 내 친구들이 많아. 어림잡아서.. 글쎄, 한 서른 명쯤?" 그들의 놀란 표정들을 읽으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나는 작년 가을, 대만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 스피커로 참여했었고, 내 세션에는 여러 나라의 큐레이터와 예술가들이 참여했었어. 나는 한번 맺은 인연을, 내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아니라면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늘 노력해. 내 워크숍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대다수와 여전히 동료이자 친구로서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대만에 머무르는 동안 대만 친구들의 도움을 무척 많이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긴 해".


... “”


나의 다정한 동료이자 친구들. 그들도 나에 대해 좋은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불쑥 연락을 남겨도 흔쾌히 나를 만나러 나와주기도 하고, 회사나 스튜디오로 초대를 해 주기도 하며 지인들의 전시회 초대장을 보내기도 하겠지. 나 혼자 그들을 추억하고,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서로가 그때의 우리를 추억하며 다시 만난 지금을 즐기고, 다가오는 미래를 계획하며 헤어지는것도 그런 이유들이겠지.


일로 만난 우리들은 이제는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주고, 서로를 지지하는 동료이자 좋은 친구가 됐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마음으로 통하는 게 인간 세상이니까. 어딜 가도 "그런 척"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늘 탄로 나니까.


이곳에서 꽤 많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나의 친구들의 지인들부터 길 위에서 만난 우연들, 그리고 온라인으로 내게 호기심을 갖고 연락을 남긴 사람들까지.. 살면서 이렇게 자주, 나에 대한 소개를 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매일 매일이 나에 대한 소개와, 인사 그리고 인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를 했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 즐거운 그리고 감사한 관심들이고 새로운 만남의 시작인 순간들이긴 하지만 때로는 조금 지치기도 한다. 그럴땐, 순수하게 친구를 사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이렇게,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 태도 그리고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지금 나는 짧은 인사 속 많은 의미체를 담아내고 있음에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인정한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상한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나는 게 현실 세상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연락을 취하고선 개인적 일 수 있는 물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는 사람들을 마주한 날은 영혼이 탈탈 털린 기분이다. 게다가, 그 질문이 내 모국어가 아니라면... ? 혹은 타국에서 듣는 모국어로의 질문들이 무례하다면?


그렇지만 나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무례한 사람에겐 은은한 미소를 지어낼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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