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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Apr 23. 2022

다시, 전자책

2022.04.22

오랜만에 전자책을 꺼냈다. 요즘 계속 먼지 쌓인 이북리더를 째려보고 있던 참이었다. 어느날 내 방을 둘러보니 내가 누울 자리만 빼고 다 책으로 둘러 쌓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는 요즘, 부모님과 같이 지내기에 당연했던 내 방 한 칸 공간이, 만약 독립한다면 다 돈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자각했다. 종이책의 물성을 사랑하지만, 만약 독립하게 된다면, 그것도 서울로 애써 나가게 된다면, 좁디 좁은 원룸을 얻을 공산이 크고, 아무리 책을 엄선해 골라 가져간다고 해도, 무겁고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될 게 뻔했다. 다른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가끔씩은 책을 바꿔 가지러 와야할텐데. 그것또한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닐 것이다. 무튼 독립 하지도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내 방을 다시 둘러보니 수많은 책들이 사방에 쌓여 뭐가 어디 있는지도 못 찾을 것 같았다.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태반이다. 읽으려고 사는 건지, 사려고 읽는 건지. 멋드러진 서재까진 아니더라도 한눈에 리스트를 볼 수 있게 한 데 모아 책장에 가지런히 잘 꽂혀있기만 해도 뭐가 어디 있는지 알기 쉬울 텐데. 보물같은 책을 두고도 못 찾아서 못 읽을 판이다. 나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때마침 오늘이 지구의 날이다.


언제 켰는지 기억도 안나는 이북리더를 켜 봤다. 충전을 잠시 해주니 화면이 켜졌다. 예전 구매내역을 보니 2019년이다. 거의 3년만에 켰나 보다. 반응속도가 느리고 잔상이 남고 전자책 하나 다운받으려면 한참 헤매야 하는 ui는 나를 속터지게 한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위의 저런 생각을 하는 요즘이기에, 그에 대한 대안은 전자책 뿐이었다. 인쇄물로 봐야만 한다 싶은 도록이나 잡지나 이미지 비중이 많은 책이 아니라면 전자책을 활발히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새로 전자책을 하나 구입해서 다운받아보려다 어디로 들어가서 어떤 아이콘을 눌러야되는지를 한참 못 찾고 헤매다 보니 속이 터졌다. 성질 급한 한국사람인데. 아니 그보다 큰 용량의 영상도 수도 없이 보는 5G 인터넷 세상에서 이런 아날로그한 느낌을 경험하니 참 새로웠다. 책도 아니고 전자책인데 아날로그하단 생각이 드는 게 웃겼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알라딘ebook 앱이 따로 있다고 누군가 블로그 포스팅을 해놓아서 알게 되었다. 앱스토어에 들어가보니 앱의 평점도 높아서 다운받아서 아이패드에서 켜 봤다. 답답하던 속이 시원해지면서 깔끔하고 직관적인 화면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열어서 보기 시작하는데 눈이 부신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다시 이북리더를 들어 전자책을 봤다. 역시, 답답하고 속터져도 전자책만한 게 없는 것 같다.


그간 책이 최고라 생각해서 처박아둔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좀 느리고 못나보이지만 앞으로 잘 이용해봐야겠다. 어디든 들고다니기 가벼우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종이책이 가져다주는 경험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기에, 제대로 책의 레이아웃이나 디자인을 느끼고 싶은 책이면 종이책으로 보고, 정보 위주거나 글 위주로만 잘 보면 되는 책이고 외출하거나 이동 시에 보려면 전자책을 챙겨야겠다.

요즘 sns에 리디페이퍼 신형이 나와서 인플루언서들이 소개하는 걸 보다보니 이북리더를 새로 사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얼마나 활용할까 싶어 참았는데 잘 참았다. 공부하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전자책을 볼 것도 아니고. 있던 것도 켜 보니 의외로 쓸 만 해서 잘 사용해봐야겠다.

  

잠든 아이 깨우는 중

지난번 폴인 세미나 [K콘텐츠 시대,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의 링커 노가영님의 추천 책 [생각하는 힘은 유일한 무기가 된다]를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어보는 중이다. 이미 유효하고 미래엔 더 중요해질 생각의 힘을 이야기해서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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