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냥 쓰기 (1)

첫째 날

by 강문유

#프롤로그


그니까, 그냥 쓰기로 했다. 그냥.

그냥? 그냥. 뭘 쓰지?


모닝 페이지랑은 다르다. 사실 나는 모닝페이지를 실패했다. 1주, 2주 잘 쓰는 것 같더니,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이유는 손이 아파서.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모닝페이지의 힘을 깨달았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내가 현재 고민인 것,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지나고 다시 펼쳐보면,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손이 아팠다. '모닝페이지를 쓰면 손이 아프다'라는 인식이 생겨서, 모닝페이지 시작이 힘들어졌다. 아플 만했다. 공책 3페이지를 꽉꽉 쓰려니.


나는 자칭 '글 쓰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알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양심의 가책이 단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오히려 '전 글 쓰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할 때마다 양심에 찔렸다. 쿡쿡.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치곤 글을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내 딴에도 이유가 있었다. 완벽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솔직한 글을 써놓고 누군가 저자가 나인 것을 알면 어쩌지, 라며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유명해질 수 있다고?)


그렇게 저장만 해둔 글만 쌓였다. 결국 2025년에도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2026년. 세는 나이로 30살이 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올해도 미루면 10년 뒤에도 '글 쓰는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일단 그냥 쓰자. 그냥.


해시태그로 단락을 나누는 건 이유가 있다. 나 좋자고 쓰는 글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읽어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나온, 최소한의 배려랄까. 별볼일 없는 나의 글을 읽는 사람이 보기 쉽게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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