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 좋은 가사를 담은 노래가 좋은 노래야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기준'은 가사다.
1등도 가사, 2등도 가사 3등도 가사, ...
그럼 '가사는 별로고 음이 좋은 노래는 듣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음, 그건 아니다. 외국 노래나 댄스 곡도 즐겨 들으니 말이다. 대체로, 특히 한국 노래는 가사가 좋아야 기억에 오래 남고 자주 듣는 편이다.
어떤 노래는 듣고만 있어도 울컥하기도 한다. 마치 가사 속 일이 실제 내 경험인 것처럼 이입된다. 어느 때는 가사 속 화자가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최근 좋아하게 된 노래는 '로이 킴'의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노래다.
너를 처음으로 만났던 밤의 하늘을 난 아직도 기억해
이 밤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난 빛나는 별들을 향해 걸었지
나는 너가 원하는 그 모든 걸 가져다 주고 싶어서
근데 달리고 또 달려도 손에 닿질 않아서 오늘도 난 더 작아져만 가
사랑에 빠져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가사라고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란다는 것.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작아져 가는 나.
사랑을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구나.
가사를 음미하며 이 부분을 듣다가 부끄럽지만 몇 번 울컥했다.
저런 간절한 사랑을 하고 있는 아무개를 떠올렸다. 누군지도 모를 그 아무개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아무개가 상대방을 위해 모든 걸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어쩌면 과하게,
감수성이 깊다.
여하튼 나는 좋은 가사를 담은 노래가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 꼭 그렇지는 않아
B는 노래 가사보단 음을 듣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제대로 모른다는 B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충격이었다.
종종 나는 B에게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B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B는 노래의 멜로디가, 흥얼거림이 좋다고 했다. 노래의 본질이라 느낀다고 했다.
아, 그럴 수 있구나.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보는 사람과 음을 보는 사람이 있음을, 꼭 나 같진 않음을, 왜 나 같지 않냐고 물어보는 게 어리석은 것임을, B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