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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Aug 04. 2022

새로운 매장을 준비하며.

아고, 지친다 지쳐!

새로운 매장을 준비중이다.

저번 매장을 3월에 정리하고, 4월은 좀 쉬고 5월부터 준비했으니까.


그러니까 2개월 반 정도의 준비시간이 걸렸다.

아니, 여전히 걸리고 있다.


그동안 서울 여기저기 자리를 보러다니고, 우리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업체도 알아보고

발품 팔아 뛰어다니며 그저 "아, 그냥 빨리 일하고 싶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

 우리와 인연이 닿은 매장은 망원동에 빨간 벽돌 구조의 클래식한 건물 외벽에 하얀 철판을 갑옷 처럼 두른 곳이었다.

이거 철거하느라 꽤나 애먹었다. (아마 다음에는 이런곳은 좀 더 생각해 볼 것 같다.)

철거는 당연히 시끄럽다. 그것도 아주 시끄럽다. 주거지와 가깝고 주변 상가들도 너무 시끄럽다고 자꾸 전화를 주시니 죄송한 마음에 비타민C를 보충해주는 음료와 복숭아라도 사들고 방문을 해야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그저 죄송하다고 금방 끝내겠다고 고개를 꾸벅 숙이는 일 밖에는 없었다.

 한여름이다. 공사를 시작하고 초복이 시작됐고 중복을 지나 말복이 될 즈음 공사가 끝난다. 심지어 사이판에서 느꼈던 그 뜨거운 태양을 다시금 추억하게 될 정도다. 그래서 아직 탄 피부가 안돌아오고 있다.

 우리가 공사 현장에서 공사를 도맡아 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매일 가서 얼굴 도장을 찍고 있고, 진행 상황을 봐야하며,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나온 부분도 수정 요청을 해야한다. 이런 부분들이 쉽지 않음을 느끼며 저녁에는 맥주 한캔을 마시며 피로를 푼다. 매일 아침 7시. 인테리어 실장님한테 전화오는 소리에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한다. 굳이 이렇게 새벽같이 전화 안주셔도 되는데...ㅎㅎㅎ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우리 부부는 어느때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장에 쓸 문 손잡이부터 조명, 포크까지 일일히 다 선택하고 결재까지 마치면 그때는 택배가 제대로 오는지 확인 해야하고 우리와 색이 맞는지도 확인 후 아닌것은 반품, 쓰임이 있는것는 잘 보관해 둔다. 쓰임이 없을 것 같은것도 예쁘면 어떻게든 보관하려고 한다. 

의자 밑에 들어가는 콘센트 커버 하나도 검정이나, 골드냐도 한참 토론이 오갔다. 둘이 토론하다 지치면 고은이에게 전화를 한다. "니 생각은 어때?" 또다른 의견이 나오고 새로운 토론의 장이 열린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준비하고 있다. 매일매일이 선택의 연속이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선택의 연속을 겪어본적이 없다. 결혼 준비 할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더하다고...?

 내일도 모레도, 우리는 많은 것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다. 우리의 색을 찾기라도 하면! 그 보물같은 순간을 찾기라도 하면 그 희열은 말도 못하게 좋다는것을.

그래서 힘들지만 더 열심히, 열심히 찾아내고 또 찾아내서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할거다.


혼자였으면 엄두도 못냈을 우리의 매장.

셋이 어깨걸고 영차영차 가고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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