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나의 생각이 문제다. 쉬운 것은 인정하지 않는 생각. 어려운 것만 진짜라고 여기는 생각. 결핍과 고통에서 빚어진 게 아닌 글들은 가치 없다고 여기는 생각.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전고운) 본문-39p]
나도 내 글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다. 내게는 실현하지 못한 기획을 담은 메모가 한가득 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내게도 있다. 쓰지 않은 글을 쓴 글 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지 않은 글의 매력이란 숫자에 0을 곱하는 일과 같다. 아무리 큰 숫자를 가져다 대도 셈의 결과는 0말고는 없다. 뭐든 써야 뭐든 된다.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이다혜) 본문-91p]
글쓰기에 고민이 많은 나에게 던져준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는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빈 노트북을 보고 들었을 생각일거다. 무엇이든 쓰고 싶은데 또 한편으로는 쓰고 싶지 않다. 내가 몇 번이고 흰 창을 켰다 껐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쓰다만 글들이 수두룩 빽빽이다. 쓰다가도 훽-하고 쓰기 싫어진다.
이미 현업 작가이신 분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글쓰기는 역시 쓰고 싶다가도 쓰기 싫은 거구나.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첨부한 글의 내용과 똑같은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다. 요즘은 좀 가볍게 생각하려고 한다. 뭐든 쓰고 뭐든 읽고. 여름과 겨울이 있으면 봄과 가을 같은 글도 있다는 생각. 결핍과 고통에서만 글은 피어오르는게 아니라는 생각.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인 초여름 같은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
오늘은 예전에 썼던 글을 대거 수정했다. 다급하게 써 내려가기만 했던 나의 과거를 마주하자니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 올랐지만 그 글을 수정한 나는 "글쓰기 HP+10"이 되었다. 오늘의 이 글도 훌륭하지 않아도 된다. 잘 쓰지 않아도 된다. 내 셈의 결과는 차곡차곡 쌓일거라는걸 믿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