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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Aug 10. 2022

책, 들여다보기 #5. 딴 생각




늘 습관처럼 대해온 것들에 대한 망각은 흔한 일이다. 더군다나 더 중대해 보이는 것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면 사소한 것들의 존재 가치는 쉽게 잊힌다. 너나없이 새로운 것의 화려함을 좇느라 사소한 것의 존재를, 사소한 부속 하나를 조이고 닦는 일의 가치를 쉽게 간과해 버린다. 그러다가 인간 기술에 치여 인간의 가치에 대한 근본까지 망각하는 지경에 이르면 저먼윙스의 추락과 같은 인류의 비극이 되기도 한다. 놀라운 창의성과 끈임없는 과학의 진보, 위대한 지도자 혹은 헌신적인 발명가만이 세상을 이끄는 빛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고 미미한 것들을 통해 거대한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돌아봐야 한다. [본문 - p162]


뜻하지 않게 구식을 다시 만났을 때의 '행복'은 새로운 것을 만나 강요받던 지나친 편리함보다 더 감동적이라고. 뭔가 더 편한 것을 찾아내려 열망할수록 우리의 아늑한 오늘은 하찮고 초라해진다. [본문 - p204]  



 아버지에 이어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있는 박찬휘 디자이너의 일상 수첩.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유럽 자동차 회사에서 '이방인'이기도 한 그는 새로운 시각으로 현지인들의 일상을 재미있는 현실로, 멋진 역사로 뒤바꾸어 주기도 한다. 

 그는 모든것이 디지털화 되는 세상에서 어릴적 태극기 그리기 숙제를 남다르게 그렸던 아버지의 일화를 바탕으로 실제 종이는 촉각하는 공간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종이의 질감과 펜촉의 촉감, 마커의 중요성까지 디지털로는 대체 될 수 없는 것들의 소중함을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필름카메라와 오래 된 손목시계를 통해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알려주기도 한다.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반가운 공감과 동지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든지 편하게,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줄이 달린 이어폰을 통해 신기술이 뭐든 빠르고 편한것이 아님을 증명하기도 한다. 

 한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슬로건을 통해 우직하고 정직한 디자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기능에 따른 형태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행기의 디자인에 빗대어 이야기는 흘러간다. 

 이 책을 통해 유럽 명차 디자이너의 생각의 한 조각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사소한 것의 가치, 본질의 중요함과 탄탄한 기본기는 명품을 만들고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 냄을 알 수 있었다.  

 '늘 상식을 의심하라'라는 말은 물건의 쓰임새를 쓰임새 대로 쓰지 않는 걸 즐기는 나에게 힘을 주는 문장이기도 했다. 긴 촛대를 보고 문 손잡이로 만들고 싶다던가, 밀크글라스를 뒤집어 조명을 만들어 쓰자던가 하는것들에 대해 엉뚱하다는 핀잔을 듣고 있던 터라 너무나 반가웠다.

 이 책은 보편적인 것을 의심하며 영감을 얻도록 하고 장인정신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 디자이너로서의 자신의 생각을 날카로게 갈아내어 빛이 나게 보여주는 책이다. 



[책키라웃과 싱긋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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