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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Dec 18. 2021

킹스베리의 맛.

 요즘 마트에 핫한 딸기가 있다. 

그야말로 이름도 어마어마한 '킹스베리 딸기'. 

한 팩에 12개 가 들어있으며, 가격은 14,000원.


 일단 하나하나 작은 배 망으로 싸여 있고 그야말로 '딱 봐도 비싸 봬는' 딸기.

한 1~2년 전엔 샤인머스켓이 그렇게 핫해서 한송이에 3만원씩 했는데, 올봄은 딸기인가 보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 왜 킹스베리인지 알게 된다.

[킹스베리] 딸기가 아닌 그 어떤 새로운 과일을 먹는 느낌

성인 여자 손바닥을 덮을 만큼 큰 사이즈. 딸기 주제에 7*5 사이즈. 두께도 엄청 두껍다.


사려고 산건 아니었는데, 킴톡이 자신 있게 장을 봐온다기에 보냈더니 이걸 사 왔다. 

 일단 사 왔으니 저녁을 함께 먹고 딸기 세알을 소중히 씻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들고 한입 와앙-베어 물었다. 

킴톡이 "어때?"라고 물어봤고, 나는 "음... 굉장히 건방진 맛이네?"라고 대답했다.


 상큼하고 달고 육즙도 가득하고 향도 진하고 엄청 맛있는데, 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맛.


 "이건 딸기를 먹는 것 같지가 않아. 과해. 딸기맛 복숭아 같아. 딸기만큼 소소한 재미와 느낌이 없어. 나의 딸기는 이런 느낌이 아니라고. 게다가 너무 커서 잘라서 먹어야 하잖아? 딸기란 자고로 꼭지 딱! 잡고 어! 한입에 냠! 하는 거라고. 씨와 과육의 적절한 밸런스가 없잖아?" 하며 나의 딸기 지론을 펼쳤다. 

 킴톡은,  "그래도 맛있잖아! 맛있으면 된 거지" 하며 반론했다. 왜 밥 잘 먹고 딸기에 대한 토론이 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소소한 저녁은 그렇게 딸기 딸기 했다. 그리고 나는 맛 표현을 추상적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 로봇이 커핑 하듯 맛 표현과 분석하는 것에 대해 자유로워진 것에 행복감과 자유로움을 느꼈다. 분명 미식의 세계는 너무나 큰 행복이지만, 일상의 작은 행복은 많이 느낄 수 없으니까. 왜, 옛날에는 엄청 맛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면 못 먹겠다 싶은 음식들이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운동회 때 빠지지 않던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같은 거.


 덧붙여 나는 '다라 딸기'를 포기할 수 없다. 작고 빨간 대야에 풍성하게 담긴 딸기. 품종도 여러 가지 섞여 있는, 그야말로 짬뽕 딸기다. 양도 엄청 많은데 그 '다라 딸기'를 한 아름 안고 오면 딸기향이 퐁퐁 나면서 온몸으로 딸기향을 느낀다. 다음엔 내가 다라 딸기 맛을 보여줘야겠다.


 아주 혼쭐을 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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