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의 아내로 산다는 것.

프롤로그

 나의 남편은 카페 사장님이다. 

작은 동네에 있는 커피가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며, n년째 직원 한 명 쓰지 않고 오로지 본인 혼자 운영하는 1인 카페다.

 동네 카페이다 보니, 단골손님들의 사장님 QnA가 있다. 

-사장님이세요?

-몇 살이에요?

-여자 친구 있어요? 혹은, 결혼했어요?

기본 질문들이다. 지극히 개인사를 묻는 분들도 계시다. 그리고 요즘은 sns가 너무 잘 되어 있는 탓에 나는 그 손님을 몰라도, 손님은 나를 아는 경우가 많더라. (이건 뭐 ㅇㅇ동 연예인이다!)

 

무튼, '카페 사모님'이라고 하면 되게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의 분류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카페'와 '커피'가 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으리라.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한잔의 여유로 커피를 마시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커피수혈이라는 이름으로 카페인 섭취를 위한 수단으로 커피를 더 마시지는 않는가? 카페 사모님은 그것과 비슷하다.

일단, 남편 카페를 들어가면 손님들이 나를 힐끗힐끗 보는 게 느껴진다. 그리곤 어김없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 여기 사모님인가 봐."

그렇다. 나는 사모님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나에게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그냥 내 남편의 직업이 카페 사장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단골손님 중에서도 붙임성이 정말 좋으신 분들은 먼저 나에게 인사를 청하기도 한다. 대부분 긍정적인 칭찬의 말로 인사를 건네주셔서 황송할 따름이다. 하하하하하.

내가 카페 사장님의 아내로 산다는 것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게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마음껏 커피를 마실 수 있는가? 언제든 가서 여유롭게 커피 향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가? 남편은 일하고 나는 쉬어도 될 정도로 카페가 돈이 되는가? 같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이다. 

흔히, '나 회사 때려치우고 카페나 차릴까?' 혹은 '나도 예쁜 카페 사장님하고 싶어.'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카페를 업으로 하는 순간, 모든 환상은 깨진다. 여러분의 환상을 깨러 왔다. 카페 지옥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