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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Jul 25. 2021

어머, 사모님인가 봐

네, 그게 바로 접니다.

 내 남편은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바리스타로 직업을 가진 적은 있어도 내 가게를 가져본 적은 없다. 내 남편은 본인의 가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모님이다. 

 '사모님'이라고 불러주시는 손님들이 꽤 많다. 

그 단어의 뜻이 궁금해서 초록창에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사모님

(師母님)

명사  

1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2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3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사실 나도 자주 쓰는말이 '사모님', '선생님'이지만 내가 듣는건 왜 이리 어색한건지.


 예전에 사주를 봤는데 거기서 나에게 '영부인 사주'라고 했다. 영부인이란 게 뭔가. 최고 권력의 아내. 퍼스트레이디가 내 팔자라니. 세상에나.

 그래서 나는 짝꿍에게 '내가 대통령을 만들어 줄게, 나 영부인 팔자라니까!'라고 호언장담을 했던 때도 있었다. 뭐 결국 나의 호칭은 짝꿍 따라 '사모님'이 되었지만 말이다.


 사모님이 되면 불편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카페 사모님'이라고 하면 시간과 공간과 돈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향긋하 커피를 즐길거라 생각한다.


 카페가 동네에서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밖에서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진다. 

짝꿍 카페에 지인들과 놀러 가는 일?  

할 수는 있겠으나, 내 성격상 쉬운일은 아니었다. 가게가 넓은 것도 아니어서 한 테이블 차지하고 커피를 마실라치면 손님이 들어오고, 또 손님이 들어오고...누가 눈치주지 않아도 혼자 눈치보는 그 느낌. 짝꿍은 일하고 있는데 나는 노는것 같아서 미안한 그 느낌도 함께.

 이런일은 외부에서도 일어난다. 나는 상당히 꼬질꼬질한 상태로 동네 마트를 갔다. 그냥 감자 두어 개, 대파 한 단 사러 간 거였다. 슬리퍼에 감지 않은 떡진 머리로, 누가 봐도 집에서 뒹굴다 나온 모습. 나는 감자 고르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어머~000(가게 이름) 사모님 아니 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게 단골손님이었다. 나는 연신 폴더인사를 하며,  "오우, 네네네네네네 안녕하세요"하고 말았다. 하하 정말 민망했던 순간. 인사를 마치고 고백이라도 하듯 "장 보러 오셨나 봐요, 아이고 제가 꼴이 말이 아니죠, 하하하하하" 하며 너스레를 떨며 도망치듯 마트를 빠져나왔던 적이 있다.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 아찔하다. 

 그리고 남편과 다른 동네 카페에서 차 한 잔 할 때면, 어김없이 알아본다. 남편을 알아보거나, 나를 알아보거나. 그곳에 계시던 손님들이 알아보거나, 그곳 사장님이 알아보거나. 

 그렇게 되면 편한 데이트는 끝이다. 우리의 시간은 사라지고 모두의 시간이 되는 마법 같은 시간이 온다.

그리고 우리는 다짐한다. '착하게 살아야 돼...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날지 몰라.'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할 수 없다는 이야기엔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이렇다. 나 역시 8년 차 바리스타이고, 짝꿍의 매장에 가면 꼭 같이 QC를 한다. 오늘 커피는 맛있는지 어떤지 서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나는 커피를 분석하게 되기 때문에 여유롭게 즐기며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편안히 즐기는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앉아서 여유롭게 책을 보며 커피 한 잔 하고 있는데, 매장이 바빠진다던지, 자리가 없어서 내가 비켜줘야 하는 일도 생긴다. 설거지가 쌓이면 벌떡 일어나 설거지를 한다. 손님들 눈치도 많이 봐야 한다. 역시나 그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어머, 사모님인가 봐."

 짝꿍이 잠깐 화장실을 가게 되는 경우에는 내가 잠시 매장을 봐야 한다. 그럼 어김없이 질문이 날아온다.

"사모님이세요?"

나의 옷차림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모님'과는 정 반대의 패션이다. 운동화에 편한 옷. 그런데도 어떻게들 알아보시는지, 역시나 먼저 인사를 건네신다. 


그리고 아닌척 하고 돌아서는 때에도 내가 간 다음에 물어본다고 했다.

"아까 그 분, 사모님이에요?"


그렇다. 내가 바로 그 사모님이다. 사모님의 할 일은 남편 카페에 가서 남편이 미처 챙기지 못한 일들 마무리 해주기, 창가에서 커피 마시면서 멀리서 손님이 오면 온다고 얘기해주기, 설거지 하기, 커피 추출하기, 밥시간 교대 해 주기, 주문받기 등등등 이다.


대체 맘 편한 카페 사장님 사모님들은 어디에 계신걸까.

내가 아는 카페 사모님들은 주로 나랑 비슷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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