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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Dec 31. 2021

카페 사장님이 꿈이라고요?

현실은요.


요즘은 좀 줄었을지 모른다.

회사원들의 꿈 : 내 카페 차려서 카페 사장님 되는 거.


지금도 그렇지만 한때는 카페 창업하는 것이 정말 열풍이었을 때가 있었다.

카페 창업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진실, 거짓을 살펴보겠다.


"예쁘게 내 카페 차려서 우아하게 커피 한 잔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버튼만 누르면 커피 나오는 거 아니야? 쉬울 것 같은데?"

"나는 카페 가는 거 좋아하니까 카페 차리고 싶어."

"한 달에 지금 다니는 회사 월급 정도만 벌면 완전 이득 아니야?"

"(먼 산) 그냥요."


요즘은 정~~~ 말 많이 줄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카페 창업은 일대 붐이었는데, 그때는 위와 같은 대답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당시에 '창업'하면 10중 9이 카페였고, 1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도 상당히 적었다고 한다.

 자, 그럼 찬찬히 뜯어보도록 하자.


 첫 번째, "예쁘게 내 카페 차려서 우아하게 커피 한 잔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일단 '예쁘게'하려면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든다.

셀프로 인테리어를 하는 게 아니라면 업체를 끼고 할 텐데 적게는 2천, 많게는 수도 없이 많게 책정되는 것이 인테리어다. 평수로 계산을 하기 때문에 넓으면 넓을수록 다 돈돈돈이다.

 돈을 많이 들이면 다 맘에 드냐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공사를 시작하면 꼭 어디 하나 불량이 발생한다. 물이 샌다던지, 페인트가 떨어진다던지, 전기 증축을 하지 않아서 전기가 떨어진다던지..(에스프레소 머신은 생각보다 전기를 많이 먹습니다. 꼭 가게 전력 체크를 해주세요!), 아 날씨 탓에 바닥에 바른 에폭시가 안 말라서 끈적하게 되는 경우도 봤다.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동안 하루 밀리면 하루 나가는 월세는 또 어떻고?


 우아하게 커피 한 잔?

카페 창업은 카페에 놀러 가는 것이 아니다. 엄연히 직장이고 치열한 삶의 전쟁터이다. 

여유 부리면서 오픈할 시간이 없다.

또, 커피 셋팅을 잡으면서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할뿐더러, '한 잔'만 마시게 되지는 않을 거다.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라면 에스프레소 셋팅을 잡는데, 매일 아침 시시때때로 변하는 커피를 보면서 계속 바꿔 주어야 한다. 이놈의 커피는 날씨가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또 그라인더에 따라 피크시간이면 피크시간이라고 셋팅이 바뀌어버린다.

 에스프레소로, 아메리카노로, 라떼로 셋팅을 잡을 텐데 바리스타들이 위염을 달고 사는 게 빈속에 때려 넣는 커피도 크게 한 몫할 것이다. 여유 있게 집에서 커피 즐기듯 마시는 게 아니라 커피맛을 분석하면서 맛보아야 하기 때문에 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지는 못한다.

커피가 쓴 지, 단맛이 좋은지, 산미는 어떤지, 또 바디와 불쾌함을 주는 맛은 있는지.

카페의 일중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설거지와 쓰레기 버리기, 테이블 닦기.

손톱관리는 당연히 못하고 손이 새카맣게 되어 퇴근하는 날들이 더 많을 거다.


두 번째, "버튼만 누르면 커피 나오는 거 아니야? 쉬울 것 같은데?"

(단호) 아닙니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밖에서 봤을 땐 담아서 꾹 누르고 버튼 꾹. 이면 끝이겠지만, 그 한잔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출 셋팅을 알아야 한다.

 추출은 분쇄도와 물 온도, 추출 시간 등을 고려해서 그날 오픈 전에 잡아 놓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셋팅이 바뀌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셋팅을 다시 잡아야 한다.

 커피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배우면 배울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 커피이고, 취미로 즐길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추출과 머신에 대한 공부를 위해 중고등학교 화학, 물리를 다시 공부하는 경우도 있고 EBS 강좌를 듣는 경우도 있으니 쉽게 생각하는 '버튼만 누르면 나오는' 커피 한 잔은 사실 많은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다. 


세 번째, "나는 카페 가는 거 좋아하니까 카페 차리고 싶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할 준비가 되었는지.

그리고 좋아하는 것의 이면을 볼 준비도 되셨는지 묻고 싶다.

단순히 '좋아서'하는 거면 비추천.

돈을 버는 일은 쉽지 않다. 타인의 주머니에서 내가 만들어 낸 어떤 것을 소비하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카페가 아닌 다른 창업도 마찬가지일 텐데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좋아해 줄 확률? 거기에 타인이 돈과 맞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좋아하는 것이 돈벌이가 되었을 때.  일단 좋아하는 것을 하나 잃게 될 수도 있다. 창업을 해서도 카페가 너무너무 좋고 커피 내리는 일이 즐겁고 고단해도 나는 이일을 할 수 있다! 하는 각오라면 괜찮겠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카페를 가는 것과 카페를 차리는 것은 너무 다른 일이므로. 

예를 들면, 나는 오늘 고단하게 하루 종일 카페에서 일했는데 퇴근 후 만난 친구가 카페를 가자고 한다면? 

 1번. 안 간다.

 카페에서 나는 백색 소음들이 질리게 싫을 때가 있다.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머리가 멍해지고 기계들 돌아가는 소리에 상대방 말소리도 잘 안 들린다. 

또 너무 힘들면 커피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올라온다. (내 경험.) 그리고 어쩐지 음료들을 멀리하게 된다.

 2번. 그래도 간다.

 창업을 하면 다른 카페를 갔을 때 보이는 게 달라진다.

음 인테리어는 이렇고, 스피커는 어떻고 조명은 이런 걸 썼네.. 메뉴 구성은 이렇군... 하며 분석적으로 보게 된다. 예전엔 그냥 가서 즐겁게 수다 떠는 곳이었는데 자꾸만 분석하게 되어 예전만큼 즐기지 못할 때가 많다. 모든 경우 못 즐긴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고 고민 없이 카페를 갈 수 있지만 나름의 직업병을 소개해 보았다.


 네 번째, "한 달에 지금 다니는 회사 월급 정도만 벌면 완전 이득 아니야?"

 네, 더 버셔야 합니다.

 때가 되면 뭘 모르는 뉴스에서는 '커피 원가' 때리기를 한다.

예전엔 더 심했지만, 요즘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모르는 게 있다. 커피 한잔 값 안에는 인건비*a, 전기세, 수도세, 월세, 온갖 부재료들, 세금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순수익으로 전 직장의 월급만큼만 벌고 싶다. 나는 큰 욕심 없다. 하는 거면 글쎄, 그게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창업을 했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생각보다 나가는 돈이 많고, 기대보다 가져가는 돈이 없으므로. 그리고 책임 또한 100% 본인이 져야 하므로.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일은 많고 버는 건 적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전 직장의 월급보다 더 많이 번다면 또다시 매장에 재투자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다섯 번째, "(먼 산) 그냥요."

 창업할 확률이 가장 높은 케이스.

그리고 어려움도 가장 많이 느낄 케이스이다.

일단 이런 경우 가게 계약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모든 일은 오픈을 하면 팡팡! 터지기 시작하는데...

인테리어 공사 중 머신 설치를 하러 갔더니 콘센트 여깄어요! 하는 분도 계시고, 수도 연결도 안 됐는데 일단 머신부터 켜주세요 하는 분도 계시다고. (머신은 콘센트 연결 아닙니다.. 수도 연결이 안 됐는데 커피가 어떻게 나오나요!!)

 '그냥요..'라는 말 한마디에 얼마나 카페 창업을 꿈꾸셨을지 안다. 길게 말도 못 할 만큼 많은 꿈을 꾸셨을 테지. 그래서 가장 오래 카페를 유지하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만큼 원했던 일이니 힘들어도 부딪혀 가며 유지하시는 거다.


이 외에도 사업자 등록 내기, 부가세 신고하기, 식품판매 허가받기, 로고 디자인 등 카페를 즐겼을 때는 몰랐었던 넘어야 할 큰 산, 작은 산들이 여러분들의 앞에 있다.


물론 이렇게 소개한 과정대로 안 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고, 커피에 힘을 빼고 다른 음료에 집중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매출도 좋아서 여기에 해당사항이 없는 분들도 계실 거다.

나는 내가 겪어 본 일부의 사례를 소개했고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경우도 있다! 창업을 할 때는 이런 것들을 생각하자! 정도로만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모든 자영업에 걸치는 내용일 거라 생각한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시던 잘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알아보고 창업을 해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카페 창업은 생각보다 우아하지도, 쉽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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