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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Feb 15. 2022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나의 아저씨 마지막화, 마지막에 지안과 동훈이 재회하는 장면의 대사.



(동훈)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 네.


 나는 요즘 디플로 심슨가족 틀어놓고 밥 먹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느긋하게 밥을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심슨가족 게임도 한다. 

 사실, 어느 때보다도 바빠서 마음의 여유가 없을 시즌인데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좋아하는 만화도 꼬박꼬박 챙겨보는 중이다.

 2월, 3월에는 초콜릿 시즌이라 하나길은 거의 쉬는 날 없이 돌아간다. 

3월 31일은 하나길 마지막 영업. 4월은 5월을 대비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고, 매장 이전과 집도 전부 5월 이사 일정에 잡혀있다. 2022년의 상반기는 바늘 하나 들어올 틈 없을 정도로 빽빽한 일정들이 들어 차 있다. 그것도 굵직굵직한 것들로. 

 평소라면 집 이사 하나만으로도 패닉이 왔었어야 하는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안정을 되찾고 있다.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평온함이다. 

 요즘 무겁게 가라앉지도 않고, 풍선을 매단 것처럼 방방 뜨지도 않는다. 항상 중간이 없었던 폭주기관차 같던 나는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작고 단단한 모노레일이 되고 있다. 기분의 추가 휙- 휙- 올라갈 대로 올라갔다가 허공을 치고 바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려왔다면, 지금은 그 폭이 넓지 않고 잔잔한 바다 수면 위에서 가볍게 퐁당퐁당 발장구 치며 유영을 하고 있다.

 반대로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몰입하는 힘이 전보다 떨어졌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언제나 새로운 작품을 접했을 때의 그 몰입감은 최고조로 달했고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부분을 보는 것은 하나의 희열이었고 나만 알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이었다. 늘 내 방식으로 사고하고 아주 잘 다듬은 감각으로 섬세하게 느끼곤 했는데 이젠 좀 무뎌지기도 했다. 

 섬세함은 예민함을 동반하고 있어서 행복함과 기쁨도 몇 배는 크게 느끼곤 했다. 그리고 다른 감정도 몇 배로 크게 느끼곤 한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기쁨만 데려오진 않기 때문에, 그래서 찰나의 기쁨보다는 깊은 고통의 파도가 나를 덮어 버릴 것을 짐작 하기에 나는 안정을 택하기로 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님을 인정했고 그저 평범한 삶이 주는 평온함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앎으로.


 어떻게 평안을 찾았냐고 묻는다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을 내려놓고 나서부터다. 

나는 많은 것을 내 것이라 착각하고 살았다. 정작 진짜 내 손에 쥔 것은 보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지나쳤다. 내 것이 내 것이 아님을 알아가는 일은 고통이었다. 지난 시간들과 많은 인간관계들이 부정당했다고,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왜 흐르는 강물을 잡으려고 했을까. 왜 스치는 바람을 나의 것이라 생각했을까. 그리고 영 부질없는 것에 왜 고통스러워했는가.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욕심 내는 것들은 영원하길 바랐는지 모른다.

 이것들을 내려놓고 평안을 찾는 데는 3년이 걸렸다. 


 격한 감정에서의 글과 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여름과 겨울에만 살 수는 없으니까. 나는 봄과 가을 같은 글도 내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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