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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Feb 20. 2022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운동은 늘 그렇다. 항상 다시 시작하는 것.

다이어트와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이 운동이라는 녀석은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남기고 갔다.


 29~30살, 

나는 호기롭게 이렇게 30대를 맞이 할 수 없다며 별안간 PT를 끊었다.

운 좋게도 개업하는 헬스장을 어찌어찌 찾아 3만 원대의 저렴하지만 고퀄리티의 PT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전까지의 나에게 헬스장이란 3개월 끊으면 일주일 동안 런닝머신 하다 돌아오는 곳이었다. 지금이야 몸짱 언니들이 많지만 그때는 운동하는 언니들은 해외에서나 볼 수 있었다. 운동하는 언니들을 보며 작은 로망 같은 것이 생겨났다. 직각 어깨에 복근, 탄탄한 허리와 다리. 너무 멋있잖아!!!! 나도 갖고 싶어!!!! 운동하면 가질 수 있나???

 그때 한국에서 유행하던 운동은 요가, 플라잉 요가 같은 것들이었고 나는 이미 유행하는 운동은 다 섭렵한 상태이기도 하고 요가도 3년 차에 싫증 나던 참이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PT를 받았다. 

처음 PT를 받았을 땐 이쁜이 덤벨도 아니고 맨몸으로 했다. 아무것도 들지 않은 내 팔이 이렇게 무거울 일인가, 내가 말랐어도 보기보다 힘은 꽤 쓰는데... 12kg짜리 우유 박스 날랐던 세월이 있는데 이게 뭔가. 겨우 나무 막대기 하나 들고 이렇게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노동과 운동은 새삼 다르구나를 느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이유는 근육량 증가와 체력 증가가 첫 번째였고, 걸그룹 같은 몸만들기도 사실 한 몫했다. 나도 테니스 치마 입고 살랑살랑 다니고 싶었다. 그리고 그즈음 엄청난 체력 저하로 종이인형이라는 별명까지 달고 있자니 아직 서른도 안된 아가씨가 백세 인생 어찌 버티나 싶어 결심한 일이기도 하다.

 매일 한결같이 운동을 하니 수면장애 따윈 없었다. 늘 잠을 못 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곤 했는데 사지가 떨릴 정도로 운동을 하고 오니 곯아떨어질 수밖에. 잠을 잘 자니 컨디션이 좋고 피부마저 빛이 났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사고와 넘치는 에너지가 운동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이었다. 햇빛을 받고 폐 가득 차오르는 공기를 느끼면서 내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이 들어가는지 집중하다 보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우기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때 배운 웨이트는 일할때도 많이 써먹었는데, 중량 치듯 근육을 쓰고, 비교적 아랫쪽에 있는걸 들때는 데드리프트 혹은 스쿼트 하듯 자세를 잡았다. 

 맨몸으로 시작한 운동은 근육에 힘이 실리면서 중량도 증가가 되었는데 해내고 나면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무봉을 잡고 시작했던 데드리프트를 마지막쯤엔 40Kg를 들고 했으니 이정도면 어디가서 자랑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식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나는 매 끼 니에 닭가슴살과 샐러드, 현미나 잡곡밥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두 달 정도 되니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여름인데도 몸이 너무 춥고 힘이 안 들어가고 생리까지 멈춰버린 것이다. 결국 담당 PT 선생님과 협의해서 닭가슴살과 야채를 먹되, 일반식도 병행하는 식단으로 바꾸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좀 더 자주, 많이 먹기. 지금 먹는 양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 사이에 바나나, 고구마 같은 간식을 끼워서 먹고 또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 나는 원체 한 가지 음식을 오래 못 먹는다. 그래서 식당보다는 뷔페에서 많이 먹기 스킬이 발동된다. 식당에서는 내 앞에 있는 밥공기 하나면 딱 그만인데, 뷔페를 가면 일단 죽과 수프부터 시작해서 한식, 양식, 중식을 지나 과일, 디저트까지 코스로 끝내고 오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매 끼 닭가슴살을 먹으려니 너무 고역이었다. 양념이 되어 있는 닭가슴살도 시켜보고 구워 먹기도 하고 여러 조리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나 입 근처에만 가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단백질 쉐이크도 마찬가지였다. 마음먹고 산 단백질 쉐이크를 3통째 고대로 버리고 난 뒤로는 더 이상 단백질 쉐이크는 사지 않는다. 그리고 배가 좀 부르다 싶으면 바로 숟가락 내려놓는 체질인데 끼니 사이사이에 간식을 먹으라니. 간식 뒤에는 닭가슴살 먹어야 하고? 운동은 어떻게 이 악물고 할 수 있겠는데, 식단은 도무지 늘지 않았다. 운동의 8할은 식단이라는데 양을 늘려도 힘들고 줄여도 힘든 게 바로 이 식단이라는 복병이었다.

 또 다른 복병이 있었다. 바로 '정체기'. 허약체질에 살이 더 빠지지도 찌지도 않고 근육도 더 이상 늘지 않는, 그야말로 몸이 '정체'된 상태였다. 먹는 것도 힘든데 운동을 해도 그대로라니 절망이었다.

 정체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만 하던 차에 운동은 그냥 하는 거지 뭐. 그냥 하는 거야 운동은.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래서 그냥 하기로 했다. 몸도 고될 텐데 어찌 맨날 성장만 하겠나. 근육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며 내 몸을 더 아껴주고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렇게 1년가량 PT와 운동을 병행하고 바디 프로필을 찍기까지 했다. 물론 지금 보면 퀄리티가 엄청 떨어지는 사진이지만, 그때의 나는 운동에 진심이었고, 체지방은 걸그룹 수준까지 도달했으며 비록 테니스 스커트는 입지 못했지만 44Kg대의 마르고 탄탄한 몸을 가질 수 있었다. 바디 프로필 찍을 때 배웠던 스킬로 웨딩 촬영 할때 뻔뻔하게 촬영하는 기술을 익혔으니, 이 또한 운동하면서 배운 인생의 경험 중 하나이다.


 나는 그때의 영광을 다시 떠올리며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그 후로도 운동은 계속되었다. 헬스, 필라테스를 거쳐 다시 지금의 헬스가 있다. 역시나 운동을 시작할 때엔 저 시절의 영광을 떠올리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영광을 되찾은 적은 없지만, 안다. 그 시절의 영광을 되찾을 날은 오지 않을 거란 걸. 하지만 꾸준한 운동이 주는 즐거움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글을 마치면 헬스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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