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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Oct 24. 2024

단 한 사람의 인정

EP58: 모두가 인정해도, 단 한 사람의 인정을 원한다

 

 어느 가을 저녁, 숲은 금빛 낙엽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동물들은 겨울을 준비하며 각자 둥지와 굴을 손보며 바삐 움직였지만, 그중 유독 고슴도치 한 마리가 길가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는 초조한 눈빛으로 발을 굴리며 중얼거렸다. 


 “모두가 나를 인정해 줘. 친구들도, 이웃들도…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루나는 지나가던 길에 고슴도치의 말을 듣고 멈춰 섰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 “왜 이렇게 불안해 보여? 누군가가 너를 인정해주지 않는 거니?”


고슴도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 사실 모두가 나를 칭찬해 줘. 내 가시에 대해서도, 내가 이뤄낸 일들에 대해서도. 난 여러 번 상도 받고, 모두에게 인정받았어. 그런데… 정작 내가 가장 원하는 한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어. 그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서…”


루나는 잠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지 말해 줄 수 있겠니?"


고슴도치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야. 어렸을 때부터 난 아버지의 인정만을 받고 싶었어. 그가 나를 자랑스러워하길 바랐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 한 마디를 들어본 적이 없어."


루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고슴도치가 가진 성취는 주변의 동물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그는 여러 차례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고, 숲의 동물들에게 칭송받으며 큰 기여를 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엔 아버지의 인정이 없다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네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니?”


고슴도치는 애써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강한 분이셨어. 실수라곤 없었지. 항상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어. 그래서 난 그에게 닿기 위해 더 노력했어. 가시를 단단히 세우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 난 모든 걸 갖췄지만, 여전히 그 한마디가 들리지 않아.”


루나는 그의 슬픔을 이해했다. 


“너는 다른 이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았음에도, 아버지의 한마디가 너를 슬프게 했구나.”


고슴도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내가 이룬 모든 것들이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져."


루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자신을 위해 많은 걸 해냈고, 다른 동물들에게도 많은 기여를 했어. 그러나 네가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인정이 아니라, 진정한 연결이 아닐까?”


고슴도치는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연결이라니?"


“인정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지만, 연결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거야. 네가 아버지와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그저 인정만을 바랐다면, 너희 사이의 연결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겠지.”


고슴도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아버지와의 시간을 떠올리며, 언제나 인정받기 위해 노력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았다. 하지만 정작 그의 마음은 아버지와 진정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그저 인정이라는 결과만을 갈망했음을 깨달았다.


“너는 이미 많은 동물들의 마음을 얻었어. 이제는 자신과도 연결되고, 그저 아버지의 인정만이 아니라 너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


그 순간, 고슴도치는 자신의 가슴 한 구석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무언가를 느꼈다. 아버지의 인정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채우지 못했던 그 공허함이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아버지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가 정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본 적 있니?”


고슴도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저 그가 언제 나를 인정해 줄지 기다리기만 했어. 그와 대화한 적은 거의 없어.”


루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네가 먼저 다가가서 그와 소통해 보는 건 어때? 네가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 만큼, 그와의 연결을 위해서도 조금씩 다가가야 할 거야.”


고슴도치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결심을 굳혔다.


 “맞아… 이제는 나도 그에게 다가가 볼게. 단지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


그는 루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아버지와의 대화를 위해 길을 떠났다. 이제 고슴도치는 단순히 인정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과 마음의 연결을 찾으려는 여정을 시작한 것이었다. 루나는 생각했다. '모두가 인정해 줘도. 단 한 사람. 자신이 진정으로 인정받고 싶은 대상에게서 인정받지 않으면 만족하기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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