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상에 사는데, 자신만의 세상에 사는구나

EP59: 파편화된 세상

by 권수


한때 풍요롭고 화합했던 숲은 이제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떨어져 살아가는 동물들로 가득했다. 이 숲의 동물들은 마치 거울 속에 갇혀, 각자 자신의 세계에 몰두하며 다른 존재들과는 점점 멀어져갔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진실과 관점 속에 살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벽을 세우고 있었다.


어느 날, 루나는 이 숲을 지나가며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보았다. 나무들 사이사이에 각자의 동굴을 파고, 서로 멀리 떨어져 산다. 과거엔 함께 모여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삶을 사는 데에만 집중했다.


루나는 숲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연못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여러 동물들이 있었다. 연못의 맑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각 동물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가장 먼저 루나가 만난 것은 여우였다. 여우는 물가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물속에 비춰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이 숲에서 가장 지혜로워.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이 이 숲의 규칙을 정할 수 있어. 다른 동물들이 나를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지. 왜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루나는 여우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네가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니?”


여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다.


“내가 본 세상은 이렇기 때문이야. 내가 보고 경험한 것이 곧 진실이니까.”


루나는 고개를 저으며 여우를 지나쳤다. 연못 반대편엔 곰이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곰은 자신의 거대한 모습을 보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힘이 곧 진리다. 내가 가진 힘으로 이 숲을 보호하고 다스려야만 해. 약한 자들이 나를 따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지.”


루나는 조용히 물었다.


“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네가 생각하는 힘만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곰은 고개를 돌려 루나를 쳐다보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난 그렇게 살아왔어. 그게 나의 방식이고, 그게 옳은 길이라고 믿어.”


다시 발걸음을 옮긴 루나는 토끼를 보았다. 토끼는 물가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나는 이 세상이 너무 두려워. 그래서 이 연못 안에서 나만의 세상을 만들었어. 누구도 날 해치지 못할 거야.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다른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루나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토끼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깊이 숨으면, 누구도 너를 찾지 못할 거야. 스스로를 지키려다 네가 더 외로워지진 않을까?”


토끼는 그 말을 듣고도 자신의 동굴 안으로 숨어버렸다. 각 동물들은 저마다 다른 진실과 신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들은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루나는 연못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숲은 거울처럼 모든 동물의 생각을 반영하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각자가 믿는 진실에 갇혀,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여우는 자신의 지혜를, 곰은 자신의 힘을, 토끼는 자신의 두려움을 정당화하며 각각의 세계에 머물렀다.


시간이 흘러, 동물들은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기보다는 더욱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숲은 마치 파편화된 조각들처럼 서로에게서 멀어져 갔다. 여우는 여우대로, 곰은 곰대로, 토끼는 토끼대로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았다. 그들은 같은 숲에 살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각자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다. 각자 보이는 것이 진리라 믿으며, 그 안에서 자신이 옳다는 확신 속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루나는 마지막으로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진실 속에서 살고 있어. 하지만 그 진실들이 맞닿는 지점은 찾아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숲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을 거야."


루나는 숲을 떠나며 속삭였다.


"서로의 거울 속에 비친 모습만으로는 진짜 모습을 알 수 없어. 그 진실을 이해하려면, 각자의 파편을 넘어 진짜 마음을 보아야만 해."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분명 같은 세상에 사는데, 다들 자기가 만든 세상에 갇혀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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