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2: 수주대토, 의미 없는 곳에서 의미를 찾다
루나는 이번에도 꿈 속을 여행하던 중, 낯선 숲에 발을 들였다. 이 숲은 다른 곳들과는 달리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나무마다 서로 다른 상징적인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숲 속을 거니는 동물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분석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어딘가 혼란스럽고,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엉켜 있는 듯했다. 루나가 숲을 지나던 중, 우연히 큰 사슴을 만났다. 사슴은 루나를 보자마자 말을 걸어왔다.
“너도 이 숲에 있군. 분명 여기에 온 건 운명이었을 거야.”
루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웃으며 말했다.
“운명이라니? 난 그냥 꿈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이곳에 온 거야.”
사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연이란 없어.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너도 여기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어서 온 거야. 우리의 만남도 그렇고, 이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운명이야.”
루나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늘 여러 꿈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우연한 사건들을 겪었지만, 그 사건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곳의 동물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모든 일을 운명이라 믿고, 그 속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너희는 왜 그렇게 모든 일에 의미를 찾으려고 해?”
루나가 묻자, 사슴은 깊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게 바로 이 숲의 법칙이야. 우연이라는 건 불안정하고 이해할 수 없어. 우리가 그저 일어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 일들은 우리에게 안전하게 다가오지. 그게 우리를 안심하게 해주거든.”
사슴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루나와 사슴은 깜짝 놀라 그 소리가 난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앉아 있었고, 무언가를 부서진 채로 보고 있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내가 그때 이 나무 아래로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다 내 잘못이야…”
다람쥐는 혼잣말을 하며 깊은 좌절에 빠져 있었다.
루나는 그 장면을 보며 다람쥐에게 다가갔다.
“왜 네가 이런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야? 우연히 일어난 사고일 수도 있어.”
다람쥐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우연이라니! 그런 말은 하지 마.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 내가 무언가 잘못했으니까 이 일이 벌어진 거라고.”
루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숲의 동물들은 우연히 일어난 일조차도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려 했고, 그 때문에 더 큰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날 밤, 루나는 숲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갔다. 고요한 밤하늘 아래, 달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우연히 이곳에 와서 여러 사건들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 필연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동물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모든 일이 운명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히 일어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하던 루나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세상은 더 단순할지도 몰라.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될 때가 있어.”
그때, 루나의 옆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고양이는 조용히 말했다.
“넌 참 다르구나. 우리는 의미를 찾아야만 안심할 수 있지만, 넌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은 모양이야.”
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때로는 우리가 해석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있어. 그냥 우연히 일어난 것들, 그저 그런 일들이 말이야. 그 속에서 굳이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우린 충분히 살아갈 수 있어.”
고양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어쩌면 너무 많은 의미를 찾으려는 게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드는 걸지도 몰라.”
루나는 고양이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우연과 운명, 그 차이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건지도 몰라.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
그렇게 루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다시 꿈속 여행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도 그녀는 우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삶의 본질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