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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Oct 27. 2024

메세지와 본질

EP63: 비버와 댐

 깊은 숲속에는 언제나 무언가를 창작하는 동물들이 모여 사는 신비한 마을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건 비버였다. 그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만들고,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넣어 작품을 만들어냈다. 예술이든 음악이든 건축이든, 비버는 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열심이었다.


어느 날 루나는 비버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댐과 그 위에 새겨진 문구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정의란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 댐은 멋졌지만,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었다. 루나는 다가가서 물었다.


 “비버, 왜 이렇게 거대한 댐을 지었어?”


 비버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야. 물이 이쪽으로 흐르게 함으로써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사람들은 이걸 보고 내 뜻을 깨닫게 될 거야!”


루나는 댐을 둘러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네 댐은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강 아래쪽 동물들이 물을 구할 수 없게 되었어. 네가 정말 전하고 싶은 건 물을 막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멋진 댐을 짓는 게 목적이었을까?"


비버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뿐이야. 중요한 건 그거지!”


루나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메시지도 중요하지. 하지만 네가 만드는 작품이 먼저 사랑받고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그 메시지도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거야. 네가 만든 댐은 너무 무겁고 억지스러워. 중요한 건 그저 메시지를 넣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거야. 댐이 아니라, 흐름을 도와주는 다리가 더 좋지 않을까?”


비버는 그제야 루나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메시지만 생각했나 봐. 내 작품이 주는 본연의 즐거움을 놓치고 있었어.”


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술과 창작은 원래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해. 게임도, 음악도, 노래도 먼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뒤에 메시지가 따라오는 거야. 네가 너무 메시지에 집착하다 보면 작품 자체의 힘을 잃을 수 있어. 주객이 전도된 거지."


비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댐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강물을 억지로 막지 않기로 했다. 대신, 물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작은 다리를 지었다. 그 다리는 단순했지만 아름다웠고, 누구나 기쁘게 오갈 수 있었다. 루나는 비버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다시 길을 떠나며 속으로 생각했다. 창작자는 자신이 만든 것에서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결국엔 모두가 깨닫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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