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말

by 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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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희고 곱던 나의 말에

거침과 난폭이란 얼룩을 물들였다


홀로 새 하얗기에 받은

이질적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려

얼룩이란 보호색을 칠해

내 말도 얼룩 말이 되었다


이미 온몸 구석구석 새겨진 진한 얼룩은

곧 다른 사람에게도 옮았다

얼룩은 튀고 튀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얼룩을 가지게 되었다

같은 무리가 되었다


무리가 모일수록 얼룩은 진해졌고

더 크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안심했다

모두가 같아 보였다


어느 날 문득 사바나 초원이 아닌


평화로운 도시생활에선

얼룩이 오히려 나를

지저분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얼룩을 지우려 해봐도 지워지지 않는

김치 국물 같은 진한 얼룩을 새겨버린 후

정신을 차리니 난 그저

빌딩 속 하이에나 떼에 둘러싸인

얼룩 말 무리 중 하나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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