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70: 하늘을 꿈꾸는 돌고래
어느 날 루나는 꿈속에서 맑은 바다가 펼쳐진 해안가에 도착했다. 바다는 잔잔했고, 물결이 부드럽게 해변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데 바다의 평화로운 모습과 달리, 그곳에는 한 마리의 돌고래가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점프하고 있었다. 이 돌고래는 물속에서 유영하는 다른 돌고래들과 달리, 하늘을 날고 싶어 보였다. 루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물가로 다가갔다. 그녀가 가까이 가자 돌고래는 물 위로 점프하며 크게 외쳤다.
"난 날고 싶어! 다른 새들처럼 높이 날아올라 구름 위를 날아다니고 싶어!"
루나는 돌고래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날고 싶다고? 그런데 너는 돌고래잖아.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게 너의 특기 아닌가?”
돌고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바다에서 사는 게 지겨워. 물속에서 아무리 빠르게 헤엄쳐도, 그건 그냥 물속에서 일 뿐이야. 난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자유롭고 높이 날고 싶어.”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돌고래는 누구보다도 물속에서 빠르고 우아하게 헤엄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돌고래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뒤로한 채 하늘을 나는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루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물가에 앉아 돌고래에게 말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건 새들의 일이야. 넌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어. 왜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거니?”
돌고래는 다시 한번 물 밖으로 높이 뛰어오르며 답했다.
“물속에서 아무리 빠르게 헤엄쳐도, 그건 그저 평범해 보여. 하늘을 날면 모든 돌고래가 나를 우러러볼 거야. 난 특별해지고 싶어.”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고래의 마음을 이해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없는 무언가를 갈망하곤 한다. 그 돌고래 역시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중, 돌고래가 또다시 하늘로 뛰어올라 바위에 부딪히고 말았다. 큰 충격에 돌고래는 물속으로 곤두박질쳤고, 잠시 후 다시 떠오르면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야... 내가 하늘을 나는 건 무리인 걸까?”
돌고래는 잠시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말했다.
“돌고래야, 네가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네겐 너만의 특별한 재능이 있어. 하늘을 나는 것은 새들에게 맡기고, 너는 네가 잘할 수 있는 걸 해보는 게 어때?”
하지만 돌고래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난 하늘을 나는 게 너무 좋아 보여. 바람을 가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 그저 물속에서 헤엄치는 건 너무 단순하게 느껴져.”
루나는 돌고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그의 본질이자 타고난 재능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돌고래들이 있는 곳으로 그를 데려갔다. 물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자, 수많은 돌고래들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끔씩 물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고, 군무처럼 유려하게 물속을 누비며 서로 교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물속의 춤처럼 아름다웠다. 루나는 그 광경을 돌고래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보렴, 이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유로운 돌고래들이야. 그들은 하늘을 날고 싶어 하지 않지만, 물속에서 누구보다도 빠르고 우아하게 헤엄칠 수 있어. 그들에겐 그들의 방식의 자유가 있는 거지.”
돌고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물속에서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대신,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나는 돌고래에게 부드럽게 속삭였다.
“넌 돌고래야. 물속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고, 누구보다 빠르게 헤엄칠 수 있어. 네가 그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가진 것을 놓치는 거야.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자리가 있는 법이지. 새는 하늘에서, 돌고래는 바다에서. 그들의 자리가 다른 만큼, 그들의 방식도 달라.”
돌고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난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했어. 내가 이미 가진 걸 잊고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돌고래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다른 돌고래들과 함께 수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물속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감각과 자유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물속에서의 속도와 민첩함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각자 자기의 방식으로 자유로워지는 법을 찾는 거야.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겠지.”
며칠 후, 돌고래는 루나를 찾아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루나, 이제 난 하늘을 날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았거든. 난 내 자리에서 내 방식대로 특별할 수 있어.”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가 잘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해. 그리고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돌고래는 다시 한번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바다의 깊은 곳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 빛나 보였다. 그는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닷속에서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우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루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돌고래는 자신이 가진 것을 진정으로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