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9: 낡은 창고와 소중한 추억
어느 날, 루나는 익숙한 풍경 속으로 발을 들였다. 눈앞에는 거대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고, 정원 곳곳에는 낡고 빛바랜 물건들이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었다. 저 멀리서 오래된 음악상자가 멜로디를 흘려보내고 있었고, 바람에 스치는 소리와 함께 어릴 적에 듣던 노랫소리가 그녀의 마음을 울렸다. 그뿐만 아니라 낡은 책장에는 세월이 새겨진 책들이 빽빽이 꽂혀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옛날 게임기들이 희미하게 빛나며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루나는 한 소년을 발견했다. 그는 낡은 음악상자를 손으로 꼭 쥐고, 천천히 그 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루나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왜 이렇게 오래된 것들을 가지고 있는 거야?"
소년은 루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이 물건들을 왜 아직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 더 새로운 게임이나 책, 음악이 많다면서. 하지만 내겐 이게 단순한 물건들이 아니야. 이 안엔 내 인생과 기억,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어."
소년은 살며시 음악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서 흘러나온 멜로디는 루나의 마음을 울렸다. 낡았지만 그 선율에는 깊은 그리움과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이 음악상자는 내가 처음 음악을 사랑하게 만든 상자야. 이 책은 내 첫 모험을 열어준 책이지. 그리고 저 게임은 내가 친구들과 같이 웃고 울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 사람들은 새롭고 더 좋은 것들을 찾지만, 나에게는 이 추억들이 더 소중해."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원 한쪽에서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기기와 반짝이는 물건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금세 흥미를 잃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위해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루나는 소년에게 말했다.
"이 물건들은 단순히 오래된 것들이 아니라, 너의 삶과 연결된 것들이구나. 그래서 너에게는 그 어떤 새로운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거지."
소년은 루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니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여기에 내 어린 시절이, 내 소중한 기억들이 담겨 있어."
그때, 다른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소년의 물건들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저런 낡은 걸 아직도 가지고 있니? 더 좋은 책과 게임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소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게임기를 손에 쥐며 말했다.
"맞아, 새로운 것들이 더 많고 더 멋질지도 몰라. 하지만 이 물건들은 내 소중한 기억들이 담긴 친구야. 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해."
비웃는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떠났지만, 소년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바라보며 빛나는 눈으로 말했다. 루나는 생각했다. 비록 사람들은 소년의 물건들을 낡고 하찮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소년에게는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시간과 추억이 담긴 보물이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교훈을 깨달으며, 자신도 잊었던 추억들을 떠올렸다.
루나는 미소 지으며 소년에게 작별을 고했다. 꿈에서 깨어난 루나는 자신만의 추억의 정원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소년의 이야기처럼 소중한 것들을 되새겼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고 낡아진 물건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를 알려주는 법이라는 걸, 루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