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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Oct 27. 2024

규율보단 본질

EP 71: 진실을 가린 규율의 숲


 꿈의 세계를 떠돌던 루나는 이번엔 특이한 숲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숲이었지만, 나무들은 일직선으로 서 있지 않고, 기이하게 꼬여 있었으며, 그 사이사이에 수많은 글귀들이 적힌 나무 판들이 걸려 있었다. 그 글귀들은 마치 오래된 가르침이나 규율처럼 보였고, 모든 방향에 걸쳐 빛나고 있었다.

루나는 호기심에 이끌려 그 판들을 살펴보았다. 글귀에는 이런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나무는 일곱 걸음 간격으로 심어야 한다."


"햇빛이 닿으면, 반드시 그림자 속에 숨으라."


"나뭇잎은 수평으로 떨어질 때만 진리로 인정된다."


루나는 문구를 읽으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규칙들이 숲에 걸려 있는 걸까? 숲은 그저 숲일 뿐인데, 왜 이런 정교한 규율이 필요할까? 숲 속을 더 걸어가니, 무리를 지어 있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손에 각각 나무 판을 들고, 그 판에 적힌 글을 끊임없이 읽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 규칙을 어기면 즉시 지적하고,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소리쳤다.


"나무 간격이 틀렸어! 일곱 걸음이 아닌 여덟 걸음이야!"
"햇빛이 닿았으니 당장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야 해!"
"나뭇잎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어, 이렇게 진리를 왜곡해서는 안 돼!"


그들은 서로의 행동을 규율에 맞추려 애쓰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이가 있으면 당장 나무 판에 적힌 규칙을 들이밀며 비난했다. 모두가 규칙에만 몰두한 나머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잊은 듯했다.

루나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그중 한 사람이 나무 판을 들고 루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 숲의 진리를 따르고 있어. 이 나무들과 이곳의 모든 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가르침이 담겨 있어. 그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정확히 따르는 것이 우리의 임무야."


루나는 그 말을 듣고 나무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데 왜 나무가 일곱 걸음 간격으로 심어져야 하나요? 나뭇잎이 왜 수평으로 떨어져야 하는 거죠?"


그 사람은 당황한 듯, 나무 판을 다시 읽고는 말했다. 


"그게 바로 숲의 규칙이니까. 이 규칙을 따르면 우리는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어.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규칙이지, 이유가 아니야."


루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사람들은 규칙을 따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숲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들은 본래 숲의 의미를 잊어버린 채, 그저 규칙을 지키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는 듯했다.


"혹시 이 숲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서로를 쳐다보다가 다시 나무 판을 읽기 시작했다.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는 그저 이 규칙을 따르고 있을 뿐이야. 진정한 의미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규칙을 따르는 것이지."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이들은 원래 규칙이 만들어진 이유, 숲이 존재하는 본질을 완전히 잊어버린 채, 그저 문자 그대로의 규칙만을 따르고 있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단지 규율이었다.


숲을 더 깊이 들어가니, 오래된 기록을 남긴 듯한 돌비가 하나 있었다. 돌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숲은 자연의 섭리로 돌아가야 한다. 규칙은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루나는 그 문구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돌비가 말하는 것처럼, 규칙은 진리를 이해하는 도구일 뿐,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사람들은 잊고 있었다. 그들은 숲이란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규율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나는 다시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 숲의 본질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에요. 규칙은 그저 그 섭리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에요. 규칙만을 지키는 것이 진리를 찾는 길은 아니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나무 판을 읽으며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그들은 규칙 속에 갇혀 있었다. 본질을 찾기보다는 규칙을 통해 자신들의 안정을 찾으려는 듯 보였다. 루나는 그들이 규칙에 집착한 나머지, 진정한 숲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규칙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본질을 가리는 순간, 그 자체가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루나는 숲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말했다.


"진정한 진리는 규율 너머에 있어요. 규칙은 우리를 돕기 위한 것이지, 우리를 가두는 것이 아니에요. 숲을 느끼고, 그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우리가 규율을 따를 때, 그 규율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규칙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를 놓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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