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최악이었어
근데 뭐,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법은 없잖아
적어도 오늘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냈으니까
다들 그렇게 살아
더럽고 하기 싫은 일들 꾹꾹 버텨가며
바닥을 긁는 심정으로 한 뼘이라도 오르려 애쓰지
사랑인 줄 알았던 건,
실은 외로움이 쓰고 있던 가면이었고,
어쩌면 그게 나의 도피였단 걸 이제야 알 것 같아.
그래서 조금 더, 사무치게 외롭다.
섹스를 원했던 게 아니었어.
아니, 어쩌면 그것도 일종의 갈망이었을지 모르지만,
더 깊은 곳에서는, 그냥, 진심으로 날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했던 거야.
따뜻한 눈빛으로, 말없이 건네는 온기로
내 존재를 긍정해주는 그런 사람.
인정받고 마음이 충만해질
정말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아, 이래서 다들 사랑을 갈구하는 건가 싶다가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사랑이 아니어도, 어쩌면 사랑 없이도
'인정'이라는 그 한마디, 그 눈빛 하나가
이토록이나 거대했다는 것을
나는 나를 찾아가는 중인데
문득 돌아보면 모두가 외로워 보여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애써 힘든 티 내지 않아도
그 깊은 고독이 거울처럼 비쳐와
우린 다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막상 기댈 어깨 하나 찾기 어렵고
만날 사람은 없고, 시간은 더럽게 안 맞아
그래서 다들 각자의 동굴로, 각자의 방식으로 도피해
너는 그것에 빠져들고, 나는 이것에 몰두하며
남들은 이해 못 할지 몰라도
정말이지 별의별 방법으로
세상을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더라
그게 삶이겠지
살아남으려 애쓴다는 증거이고
버티는 자들의 처절한 방식이겠지
그러니, 부디
이 모든 것이 도피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내가 갈망했던 사랑도
삼켜왔던 외로움도
지금 내가 눌러쓰는 이 서툰 시 한 편도
내 글들이 때로 어둡고 날카롭게 보일지라도
그건 절망 끝에서 건져 올린 희망의 조각이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려는 발버둥이니까
나는 여전히 세상을 긍정하려 애쓰고
가끔 바닥에 앉아 세상을 보는 것 뿐이니
부정적이고 우울한 건 아냐
쉽사리 부러지지 않는 건강한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살고 있어
그렇게 믿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