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토끼일 텐데

EP40: 토끼마을의 차별

by 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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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도착한 곳은 평화로운 들판 속에 자리 잡은 토끼 마을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마을의 아늑한 분위기와 토끼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며칠을 지내면서 루나는 그들이 서로에게 이상한 벽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벽은 처음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뚜렷해졌다.


첫 번째 벽은 '털색'이었다. 루나가 처음 마을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하얀 털의 토끼들이 마을 중심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마을의 행정과 법을 다루며,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었다. 반면, 회색, 갈색, 검은 털의 토끼들은 마을 외곽에서 일하며, 힘들고 지저분한 일을 도맡았다. 루나는 이 차이를 보고 궁금해졌다. 그래서 하얀 털의 토끼 하나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하얀 털을 가진 토끼들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다른 색의 토끼들도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것 같은데.”


하얀 털의 토끼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우리는 태생부터 달라. 하얀 털은 순수함과 깨끗함의 상징이야. 회색이나 갈색, 검은 털을 가진 토끼들은 그런 자질이 부족하지. 그들은 그런 일에 적합해.”


루나는 그 말에 실망했다. '겉모습이 무슨 상관이 있지? 털색으로 역할을 나누다니, 이건 잘못됐어.'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직은 혼자 힘으로 변화를 이끌 수 없었다.


두 번째 벽은 '직업'이었다. 몇 주가 지나자, 루나는 마을의 털색에 따른 차별을 넘어서 직업에 따른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얀 털의 토끼들 중에서도 직업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를 받았다. 마을의 지도자나 법관은 존경받았지만, 상점 주인이나 농부는 하찮게 여겨졌다. 루나는 어느 날, 하얀 털을 가진 상점 주인 토끼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너희는 같은 하얀 털을 가졌는데도 직업에 따라 다르게 대우받고 있니?”


상점 주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상점에서 일하는 동안 마을 지도자들은 그저 지시만 내리고, 그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 하지만 결국 마을을 유지하는 건 우리 같은 일하는 토끼들 아니겠어? 그래도 사람들은 내 말엔 귀 기울이지 않아. 하얀 털을 가졌어도 직업에 따라 달라.”


루나는 그 말을 듣고 더 큰 혼란에 빠졌다. '털색을 넘어 직업으로도 서로를 나누는구나. 모두 같은 토끼인데, 왜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중요한 건 그 직업이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일 텐데.'


세 번째 벽은 '취향'이었다. 마을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루나는 또 다른 차별의 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취향에 따른 차별이었다. 어떤 토끼들은 예술과 문학을 사랑했고, 어떤 토끼들은 운동과 무역을 좋아했다. 하지만 취향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멀리하는 일이 잦았다. 루나는 갈색 털을 가진 한 토끼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 다가갔다. 그 토끼는 마을의 다른 토끼들로부터 이상하다는 시선을 받으며 외롭게 연주하고 있었다.


“너의 음악은 정말 아름다워, 하지만 왜 다른 토끼들이 너를 멀리하는 걸까?”


갈색 털의 토끼는 깊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내 취향이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야. 대부분의 토끼들은 현실적인 일을 하길 원해. 무역이나 농업 같은 일들이지. 하지만 나는 음악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고 믿어. 그들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나는 혼자 연주할 수밖에 없어.”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취향은 단지 다를 뿐인데, 왜 그것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취향은 우리의 독특함을 만드는 것이고,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데...'


루나는 마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겉모습에서 직업, 그리고 취향까지 서로를 나누고 차별하는 토끼들. 이 모든 차별은 마을을 점점 더 조각내고 있었다. 그래서 루나는 마을의 광장에 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


“왜 서로를 이렇게 나누는 걸까? 겉모습도, 직업도, 취향도 모두 달라. 하지만 그건 우리를 다르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거야. 각자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거야.”


"원래 토끼란 그런 거야. 애초에 자연에서 그렇게 살아왔는 걸. 다른 건 항상 위협이었고, 배척하는 게 도움이 됐어. 비록 지금은 같이 사는 게 서로에게 좋으니 협력하지만 하늘이 정해준 털 색으로 우리는 서로를 구분하고, 모든 토끼가 외모나 직업, 취향이 다른 이유가 뭐겠어. 서로 구분 지으라고 그런 거야! 모두가 잘 지낼 수 있다는 건 애초에 이상론이고 위선이야."


루나는 실망하며 마을을 떠났다.


'같은 토끼면서 왜 이렇게 서로를 못살게 굴까. 외모, 직업, 취향 등.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건데 이해를 하지 못하다니. 결국 생물은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경계하고 배척할 수밖에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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