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자전거가 아니다.
3. 그것은 자전거가 아니다.
“여보, 이 자전거 어때? 내가 꼭 사고 싶었던 자전거인데 말이야...”
한 중년의 사내가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보고 있다. 작은 미니밸로를 사려는 듯했다. 아니, 사내는 매우 구입하고 싶어했고 아내로 보이는 그녀의 허락을 받기 위해 설득 중인 듯했다. 내가 봐도 꽤 예쁜 자전거이긴 했다. 하지만 그 자전거의 가격을 듣고선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나. 깃털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빠르며 강철보다 단단한 경주용 자전거도 아니고, 일요일 오전 마트에 갈 때나 타고갈 만한 저런 미니밸로를 340만원이나 주고 산다니, 선뜻 이해가 안 됐다. 아내로 보이는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그 자전거에 대해 대해 열변을 토하는 남편을 팔짱을 낀 채 마뜩찮은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짧지만 격렬한 설득이 거의 실패로 기울어져갈 무렵 카운터 옆에서 뭔가를 조물락거리던 사장님이 나오며 말했다.
“맞습니다. 이 자전거는 가격에 비해 그다지 쓸모가 없어요. 그렇게 빠르지도 않고요.”
그 말에 아내인 듯한 여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장을 바라보았다. 예컨대 자전거 가게의 사장이라면 자전거를 파는 것이 목적일진데 목에 피가 나도록 이 미니밸로를 사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남편을 뒤로 한 채 저렇게 무심한 말을 던진다니, 그녀는 뭔가 저 사장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약간 자존심의 스크레치를 받은 듯한 감상에 빠졌다. 여차하면 등을 돌려 가게를 빠져나갈 기세였다. 바로 그 때였다. 그 사장이 말했다.
“이 녀석은 그런 기능적인 잣대로 재단할 수 있는 자전거가 아닙니다. 그냥, 문화죠. 하나의 무브먼트를 만들어냈거든요.”
사장은 자전거를 '녀석'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자전거는 마치 그 말에 동조라도 하듯 하나의 생명체처럼 말끔한 핸들 위로 레이싱 그린의 고풍스러운 녹색 광채를 빛냈고 그와 동시에 철벽같은 아내의 마음도 눈꽃처럼 누그러졌다. 문화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
“형님, 저 왔어요.”
“어, 인철이냐? 커피 마실래?”
그러고는 카운터 위에 떡 하니 올려져 있는 커피머신에서 능숙하게 커피를 내렸다. 인철의 옆에 있는 석구에게도 웃음으로 인사를 하곤 가만히 340만원짜리 미니밸로를 끌고 거리로 나서는 중년 부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거 알아? 스나이퍼들은 목표물을 조준한 후에 금방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 왜냐하면 그 목표물을 죽여야할 감정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스나이퍼는 최대한 오랫동안 몸을 웅크리고 어둠 속에 숨어있어. 그러다보면 오른쪽 다리가 근질거리기도 하고 화장실에 가고 싶기도 하고 어깨가 저리기도 하지. 그렇게 자신을 혹사시키다보면 슬슬 열이 받아.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하지? 순전히 저 목표물 때문이잖아? 열받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목표물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감정적인 준비가 되는 거야. 그렇게되면 죄의식마저도 어느 정도 사라져버리지. 장사는 그렇게 하는 거야."
뭔 소린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뭔 소린지 약간 알 것도 같은 그런 말을 하며 사장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건냈다. 아직 날이 더워서 아이스가 좋은데 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