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투어 상품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야기
타이베이에서 시외 여행 상품으로 대표적인 것이 <예스진지> 투어 상품이다. 떠나기 전에 검색해 보니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도 <예스진지>는 버스투어 상품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인터넷 사이트 <클락>에서 상품예약하는 방법을 미리 연습까지 해두었다.
남편은 호텔에 도착하여 현지에서 알아본 후에 예약하자고 했다. 막상 시외 여행을 가기 전날에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하루 전에는 예약이 불가했다. 옥신각신 하다가 둘이 내린 결론은 시먼딩으로 무작정 나가 버스 투어에 조인을 하거나 택시를 이용하자고 했다.
아침이 되자 남편은 방법이 생겼다며 버스를 타러 가자고 한다. 밤새 챗지피티에게 물어봐서 타이베이 역에서 예류로 가는 직행버스와 스펀과 지우펀까지 가는 방법도 알아냈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남편을 믿고 타이베이 메인 역 동편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예류행 직행버스에는 일반인과 관광객이 섞여 있었다. 버스는 1시간 20분 정도 달려서 예류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앞서서 걸어가는 사람을 따라 걸었다.
예류 입장권 매표소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예류 지질 공원에서는 사암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버섯바위와 벌집바위를 볼 수 있다. 대표적 버섯바위는 여왕 머리 바위이다. 마치 고대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 흉상의 옆모습과 비슷하여 붙여진 바위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줄을 서지 않고 여왕 머리 바위 뒤쪽에서 사진을 찍었다. 예류에서는 왔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진만 찍고 빠져나왔다.
다음 여행지인 스펀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남편은 챗GPT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를 소개했는데 직행으로 가는 버스는 없었다. 음료수가게에서 버블티를 주문하고 영어를 못하는 점원에게 손짓 발짓으로 스펀으로 가는 교통편을 물어봤다. 대만 아가씨는 버스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현금도 없었고, EZ카도 충전액이 부족했다. 예류에서 스펀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면 3시간도 더 걸린다고 했다.
일단 예류에서 버스를 타고 환승할 수 있는 역까지 가보기로 했다.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자 운전기사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788번 버스를 타라고 가르쳐 줬다. 버스 정류장에서 대만사람에게 스펀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루이펀 역까지 가는 방법을 물었다. 대만사람들은 참 친절하였다. 자기들끼리 서로 물어봐가면서 버스를 타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문제는 그날따라 788번 버스가 결행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그때 맘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버스보다는 기차가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알려줬다. 남편은 혹해서 기차역으로 가자고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차역에 도착하여 길을 묻고 있는데 맘씨 좋은 아저씨가 나타났다. 세상에 고맙게도 우리에게 기차 타는 곳까지 직접 안내해 주려고 왔단다. 우선 편의점 ATM에서 트레블 월렛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여 EZ 카드에 교통비를 충전하였다. 갑자기 부자가 된 듯했다. 대만의 친절한 아저씨는 지금 바로 내려가면 기차를 탈 수 있다고 빨리 내려가란다. 너무 감사해서 차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기차 시간 때문에 뛰어가면서 '땡큐! 땡큐!'만 연발하고 기차를 탔다.
드디어 스펀으로 가는 루이펀 역에 도착하니 기차는 2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1시간의 여유가 있고 배도 고파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고기국수와 삶은 돼지고기 한 접시를 시켜 먹었다.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가게에서 두부 팥빙수도 먹었다. 대만 음료 가게 아가씨말대로 예류에서 스펀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탈 수 있는 루이펀까지 3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겨우 여행 목적지 3곳 중에 예류를 다녀왔고, 두 번째 목적지인 스펀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타는 루이펀 역에 있다.
스펀으로 가는 직행열차에는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겨우 기대어 서서 40여 분이 지나자 스펀에서 사람들이 다 내렸다. 스펀은 대만의 대표적인 천등 체험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기차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맞이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기차역 주변에는 먹거리 가게와 천등가게들이 즐비하였다. 먹거리는 소시지, 땅콩 아이스크림, 닭 날개 등 간식거리가 많았다.
천등을 파는 가게에서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붙잡았다. 한국어로 천등 4색에 250원이라고 외쳐댔다. 천등가게를 쑥 지나가다가 마지막 즈음에 한국어가 익숙한 '기용엄마 소원' 가게에서 4색 천등을 샀다. 사진 1장은 보너스로 출력해 준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색상이 연두색이라서 연두계열을 골랐다. 가족의 건강과 합격을 기원하는 글을 써서 천등을 완성했다.
너도 나도 기찻길에 서서 사진을 찍고 천등을 날렸다. 천등과 함께 소원성취의 기대감까지 실어서 날려 보냈다. 고생해서 대만의 스펀까지 왔는데 꼭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둥둥 떠다니는 천등을 보니 마을에 환경 쓰레기로 되돌아올 것이 걱정되었다. 오죽했으면 날린 천등을 주워오면 돈을 주고 그 일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젊은이 관광객들로 가득한 스펀 구경을 마치고 기차를 탔다. 이제 마지막 코스인 지우펀에 가야 한다. 예류에서 스펀까지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버스 시간에 맞춰 뛰는 것이나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다행스럽게 지우펀까지는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1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지우펀 골목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휩쓸려 골목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목에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와 먹거리 가게로 빼곡하였다. 골목을 빠져나와 전체적으로 마을을 구경하다가 찻집에 들어갔다. 지우펀에서 유명한 <아메이차루 찻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는 <해열루경관차방>이다. 다행히 우리는 예약 없이 해열루경관차방에서 아메이차루가 카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찻집에서 차와 시원한 맥주 한 병을 시키고 쉴 수 있었다. 해 질 녘 노을을 보기 위해 찻집에서 기다리면 된다. 찻집 주인은 아메이차루 찻집보다 자기 집에 오기를 잘했다고 하며 이곳이 훨씬 일몰이 아름답게 잘 보인다고 자랑했다.
남편은 예스진지 투어상품을 선택했으면 맛보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만족해했다.
세상에 길 위에서 헤맨 3시간이 넘는 고생을 경험이라니
난 너무 힘든 하루여서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고 투덜거렸다.
고생했던 하루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 7시경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빨갛게 물든 하늘에서 순식간에 해가 산 너머로 사라졌다.
우리가 목적한 대로 예류, 스펀, 지우펀까지 여행을 마치고 타이베이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마치 집에 가는 것처럼 숙소가 있는 타이베이가 반가웠다. 저녁은 근사하게 샤오롱바우와 동파육을 먹었다. 9시에 식당이 문을 닫는다고 하여 빠르게 식사를 마쳤다. 저녁 식사 장소인 중산역에서 시먼딩행 MRT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였다.
하루 동안에 이용한 교통수단은 버스, 기차, 지하철 등으로 육상으로 다니는 모든 교통수단을 전부 이용한 것 같다. 대만에서 현지인처럼 예류, 스펀, 지우펀을 대중교통수단을 타고 다니며 여행한다는 것은 현지인에게도 힘든 여정이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버스 투어 상품으로는 맛볼 수 없는 대만 여행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