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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도시 후쿠오카 여행

라멘과 모츠나베 맛보기

by 땡자랑

여행은 '어디로 갈까?'부터 시작한다. 물론 '언제 떠날까?'도 장소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 후쿠오카 여행은 남편의 휴가기간에 맞추어 결정되었다. 남편은 9월 1일부터 휴가인데, 주중 5일과 주말을 포함하여 약 10일 동안이 휴가다. 휴가 시작일에는 지인들과 3박 4일간의 백두산 여행을 하고, 4박 5일 동안은 나하고 일본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일본 후쿠오카는 비행시간이 1시간 20분으로 가깝고, 맛의 도시라고 알려진 곳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카타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Wing' 호텔로 정하고, 한 곳 머물면서 관광을 다니기로 했다. 남편의 여행 습관은 호기심이 많아 주변 도시를 탐색하고 싶어 하였고, 나는 힐링 여행으로 쉬엄쉬엄 다니면서 온천과 맛집투어를 원했다. 두 사람의 여행테마가 너무 달라서 가끔은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씩 양보해서 여행지는 세 곳으로 줄이고, 온천도 세 번 이상 하기로 했다. 현지 맛집은 점심은 화려하게 저녁은 시원한 맥주로 여행의 피로를 풀기로 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여 무료 서틀 공항버스를 타고 국내선 공항 지하철 역에 도착하였다. 지하철 역에서 하가타 역까지 기차표는 260엔이었다. 환율로 엔화는 970원이고, 10,000엔을 환전해 왔다. 현금이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차표를 살 수 있었다. 지하철 안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하얀 셔츠에 검정바지는 일본인들의 직장 출근복인가 보다. 하카타 역에서 아침에는 교복처럼 하얀 셔츠에 검정바지를 입은 남자들이 역전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저녁이면 교복을 입은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카타 역에는 출퇴근 유동인구가 많았다.


우리가 4일 동안 묵었던 'Wing' 호텔은 5성급은 아니어도 1박에 십만 원이 넘는 호텔인데도 방이 너무 적었다. 달랑 싱글 침대 2개가 놓여 있고, 화장실, 욕실이 있는 5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이었다.

'방이 너무 작아 답답해.'

'일본은 방이 작아. 내가 전에 출장 올 때도 이렇게 좁은 방에서 잤어.'

처음에는 답답해서 어떻게 지내나 할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는데, 하루가 지나니 조금씩 적응이 되었다. 또 우리는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서 저녁 늦게 들어가서 잠만 잤기 때문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았다.



후쿠오카는 맛의 도시라고 알려져 있다. 맛을 봐야 할 음식으로는 돈코츠 라멘과 모츠나베이다. 라멘 집을 검색하니 하카타 역전 근처에 있는 '캐널시티 하카타' 쇼핑센터에 '라멘 스타디움'이 있었다. 저녁에 '하카타 가와바다' 아케이드에 사람들이 얼마나 모이는가 체험도 하고 라멘도 먹을 겸 걸어 나왔다. '가와바다' 아케이드에는 하카타 역전 주변만큼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물어 물어 찾아간 5층의 '라멘 스타디움'은 휴업 중이었다. 차선책으로 찾아낸 라멘집은 하카타 역 주변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금일 휴업이었다.


라멘을 포기하고 불 켜진 식당에서 덧밥을 먹고 호텔로 걸어왔다. 호텔 주변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려고 골목을 유심히 보는데 사람들이 줄 서는 집이 보였다.

'세상에 라멘 집이네!'

찾아다니던 라멘집을 호텔 주변에서 만나다니! 너무 좋아하며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라멘은 좌판기에서 주문해야 한다. 고기육수가 느끼할까 봐 야채가 들어있는 라멘을 주문하였다. 국물 맛이 시원하고 면이 부드러워 제대로 된 라면을 먹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맛집은 대부분 한국인 대기줄이 길었다. 여행 블로거가 여행지에서 꼭 먹어봐야 할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들이다. 하지만 일본에까지 와서 한국인 여행객들끼리 대기줄을 서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남편도 사전에 검색해 온 후쿠오카 맛집이 서너 군데나 있었다. 스시집도 그중의 하나였다. 텐진 지하상가의 모츠나베 집은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였다. 대신에 스시집에는 대기가 별로 없어서 여유 있게 스시를 즐겼다. 한국인 여행객이 많았으나 일본인도 몇몇 있어서 스시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임에 틀림이 없었다.


한 번은 JR 하카타 시티 '아뮤 플라자 하카타' 지하 1층 음식코너에서 돌아다니다가 스시집이 눈에 띄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대기줄이 많았다. 그냥 포기할까 하다가 대충 세어보니 열두어 팀이 되어 보인다. 모두 한국인 관광객이다. 맛집인가 보다 하고 줄에 서서 기다렸다. 라스트 오더가 10시이며 11시에 문을 닫는다.

'두 분 들어오세요.'

라고 종업원이 손짓을 하면 너무 좋아하며 한국인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9시 40분이 되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 안에는 한국인 젊은이들이 많았다. 후쿠오카에는 한국 관광객들로 먹고사는 도시처럼 보였다.


모츠나베는 곱창전골이다. 모츠나베를 먹으러 하카타 역에서 20분 이상을 걸어갔다. 그날은 여행 마지막 날로 최고의 맛집을 찾아 근사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5분을 걸으니 저녁인데도 땀이 나기 시작했고, 앞장서 걷고 있는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우아하게 식사를 할 수는 없을까?'

택시를 타고 근사한 식당 앞에서 에스코트받으며 예약된 자리로 안내받는 상상을 했는데, 열심히 걷고 있는 남편은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식당이 보이지 않아 지나가는 일본인에게 손짓발짓으로 물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식당을 알려준 일본인은 친절하였다. 설명해도 잘 모르니까 직접 따라오라고 해서 식당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모츠나베 식당에는 현지인이 많았다. 한국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메뉴판의 그림을 보고 스시는 방어와 고등어 반반으로 주문하였다. 스시 반반은 메뉴에도 있어서 가능했다. 다음 주메뉴인 모츠나베는 종류가 많았다.

'레몬 모츠나베 1인분만 주세요.'

'레몬 모츠나베는 2인분부터 주문해야 해요.'

남편은 스시랑 모츠나베 1인분만 맛보고 싶어 했다. 식당 주인은 2인분부터 주문을 하라며, 1인분용 작은 냄비와 2인분 냄비를 비교하여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했다. 남편은 끝까지 1인분을 주문하였다. 일본인 식당 주인이 포기하고 모츠나베 1인분으로 주문을 받았다.

'생맥주 1잔 주세요.'

'음료는 1인 1잔이에요."

주인은 나를 쳐다보며 레몬수를 주문하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내가 맥주를 마시고, 남편은 마시지 않는다.'라고 했더니 포기하고 워터를 주었다. 음식 주문하느라 한참을 실랑이를 한 후에 생맥주가 나왔다. 맥주는 시원하였고 레몬 모츠나베는 곱창 냄새를 레몬이 잡아주어 국물이 상큼하고 맛이 있었다. 곱창은 지방이 넘쳐 부드러웠고 고소했다. 남편은 숙소 앞에서 2차로 맥주집에 들러야 하니까 1인분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후쿠오카에는 젊은 한국인 여행객이 많았다. 하카타 역 주변에는 특히 유동인구가 많았다. 역시 맛의 도시여서 맛집도 많고 맛봐야 할 음식도 많았다. 여행은 고생을 한만큼 기억에 남는다. 습한 여름 날씨에 걸어 다녀 땀을 흘린 만큼 후쿠오카의 여름이 생각날 것이다. 모츠나베를 먹고 싶을 때면 1인분을 시켜서 먹은 레몬 모츠나베가 기억날 것이다. 친절하지만 어처구니없어하는 사장님 얼굴도 떠오를 것이다. 한국인 여행객 대기줄에 밤 9시 40분까지 줄을 서서 기다린 스시집도 기억 날 것이다. 숙소 주변에서 맛있게 먹은 라멘도 생각날 것이다. 후쿠오카는 맛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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