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성과 스이젠지 공원
후쿠오카에서 JR패스 3일권을 15,000엔을 주고 샀다. JR패스는 특급열차와 신칸센을 탈 수 있다.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는 신칸센을 타고 간다. 남편은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아소산이었다. 아소산은 구마모토 동부에 위치한 활화산이다. 대규모의 칼데라와 외륜산을 가진 '불의 나라'라고 불리며 구마모토의 상징이다. 아소산을 가려면 홈페이지에서 트레킹이 가능한지를 검색해야 한다. 전날에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트레킹이 힘들 수도 있다고 예측되었다.
이른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하카타 역으로 출발했다. 하카타 역 안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샀다. 기차역에서 먹을 아침식사이다.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까지 신칸센은 약 50분이면 도착한다. 특급열차보다 좌석도 넓고 편안하며 고급스러웠다. 중간 간이역을 멈추지 않고 달리니까 속도도 빠르다. 우리나라 SRT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구마모토 역에 도착하니 8시 40분이다. 구마모토에서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아소산, 구마모토 성, 시내투어로 정했다. 역에서 아소산까지 가는 방법은 기차, 버스, 택시 등이 있다. 먼저 기차 예매를 알아보니 12시 20분에 기차가 출발한다. 그것도 예약해야 하며, 오는 편 기차도 예약해야 한다. 어디든지 사전 예약이 필수였다. 철저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지 못해 아소산까지 가는 것은 힘들었다.
기차는 포기하고 버스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인포메이션을 찾았다. 안내원은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아소산 트래킹은 불가하다고 했다. 2시간이나 걸리는 아소산에서 가서 사진만 찍고 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아소산은 다음 기회에 여행하는 것으로 포기했다. 차선책으로 구마모토 성과 스이젠지 공원을 추천하였다. 그리고 구마모토를 여행을 위한 노면전차 트램 1일권을 구매하면 가격이 저렴하다고 했다. 트램을 한번 타는데 200엔인데, 1일 패스는 700엔이며 인터넷으로 사면 500엔이다.
남편은 인터넷으로 1일 패스를 결재를 하는 중에,
'어! 내 카드가 없네."
'잘 찾아봐. 가방 속이랑, 어제 입은 바지랑 잘 뒤져보면 나오지 않을까?'
남편은 주섬주섬 배낭이랑 주머니를 찾더니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속상해했다. 나이를 먹으니까 기억도 까막까막하고,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잘하고 바보가 된 것 같다. 별 수 없이 현금으로 700엔에 구입하고 카드는 분실 신고를 했다.
구마모토 노면전차 트램은 1924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대중교통수단으로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총 2개 라인(A 라인, B 라인)이 있고 주요 관광지와 상업지를 연결해 줘서 시내 여행에 필수 교통수단이다. 기차 안에서는 정차역마다 안내 멘트를 했다. 우리는 구마모토 성을 가기 위해 10번 역에서 내렸다.
구마모토 성은 제곽식 평산성으로 나고야 성, 오사카 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 중의 하나이다. 현재의 천수각은 1960년에 재건된 것이다.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이후에 최신 기술과 전통 기법을 융화해 전면 복원되었다. 성 안은 여러 개의 해자로 둘러싸여 성으로 가는 길은 굽이치고 방어는 단단하며 교묘하게 짜인 돌담으로 압도적으로 불리한 태세로도 방어가 가능할 만큼 난공불락으로 만들어졌다. 성 주변에 은행나무가 있어 긴난성이라고도 불린다.
구마모토 천수각은 지하 1층부터 6층으로 각 시대별 역사적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건축물의 축소 모형과 역사적 전시물을 통해 가토 시대부터 현대의 모습까지 살펴볼 수 있다. 6층 전망대에서는 구마모토 시내 전경과 긴푸산이 보이며, 맑은 날에는 동쪽으로 아소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구마모토 성을 방문하는 날에 현지 중학생 단체 관광객을 만났다. 중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교복을 입었고, 여학생 치마는 무릎 아래로 내려왔다. 일본 중학생들의 단정한 교복 차림이 놀라웠다.
중학교에 근무할 때 학생들은 새 교복을 세탁소에 가서 치마 길이를 무릎 위 10Cm 이상 줄여 입었다. 교문에서 규제를 하면, 학생들은 교문만 지나면 치마를 다시 접어 올려 입었다. 교실에서는 체육복이나 티셔츠로 바꿔 입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복보다 사복을 입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학부모들은 비싼 교복을 사서 안 입는다고 속상해했다. 겨울에는 오리털 파카를 입고 다니기 때문에 더욱 교복을 입지 않는다. 교복은 점점 편하게 생활복으로 바뀌고, 학교마다 패션 감각을 살려 맵시 나게 디자인을 바꾸어도 학생들은 교복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카타 역에서 만난 여고생도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교복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학생들에게 교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모양이다. 중학생 단체에는 학급별로 노란 조끼를 입은 관광 가이드가 동행하였다. 나이 들어 보이는 가이드는 안전한 체험활동을 위한 노인 일자리 창출로 보였다.
다시 트램을 타고 스이젠지 공원으로 갔다. 스이젠지 공원은 도카이도를 상징하는 풍경 정원으로 작은 언덕은 후지산을 형상화했으며, 연못은 바다를, 다리와 초목은 여러 지역의 경치를 상징화해서 조성되었다. 일본의 전형적인 정원으로 연못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연못에 비친 파란 하늘 위에 뭉게구름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인에게 커플 사진을 부탁하니 인생 최고의 작품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 시내 투어로 시모토리와 카미토리 쇼핑 거리로 갔다. 지붕이 있어 시원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아케이드형 거리이다. 시모토리는 의류, 드럭스토어, 잡화점, 기념품점, 음식점 등으로 구마모토 최대 쇼핑 거리이다. 구마모토 상징 캐릭터인 '쿠마몬'도 눈에 띄었다.
구마모토 맛집으로는 라멘과 말고기가 있다. 라멘은 돼지뼈를 우려낸 육수에 라면을 넣어 구수한 국물 맛의 돈코츠 라멘이었다. 라멘을 먹고 아케이드를 걷다 보니 '만주'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기 줄에 합류하여 '자카타라 만주'와 시원한 녹차빙수를 먹었다. 가게 손님에는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맛있게 수박 아이스크림과 빙수를 먹고 있었다.
구마모토에는 말고기가 유명하였다. 아소산에 기슭에 말목장이 있어서 말고기가 유명하다고 했다. 저녁부터 말고기 식당은 문을 여는데 거리를 걷다 보니 말고기 간판이 환하게 오픈한 집이 있었다. 말고기는 어떤 맛인지 먹어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제주도 말고기 맛과 비슷한지 궁금했다.
'말고기는 스시가 제일 좋아요."
'나는 육고기는 익혀먹고 싶어.'
주인이 추천하는 사스미로 주문을 했더니, 구워 먹을 수 있도록 가스불을 준비해 줬다.
'음! 부드러운데.'
남편은 처음 먹어보는 말고기 맛을 평가했다. 하지만 스시는 부드럽더니 씹을수록 껍질이 남아 즐겨 먹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구마모토 시내 투어까지 마치고 하카타로 돌아가기 위해 역에 도착하였다. 직원에게 하카타까지 가는 열차 시간을 묻는데 반갑게도 한국말로 안내해 준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개찰구까지 앞장서서 기차를 타는 방법까지 알려 주었다. 그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고 하카타 역에서 근무하다가 구마모토에 온 지 일주일째라고 했다. 한국인 직원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젊은 청년이 일본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보니 든든해 보였다.
구마모토는 다시 한번 방문해야 한다. 아소산 칼데라를 가지 못했기 때문에 맑은 가을날에 다시 와야겠다. 이번 투어에서는 구마모토 성과 스이젠지 공원 그리고 시모토리 아케이드를 여유 있게 돌아다녔다. 구마모토에서 돈코츠 라멘과 말고기도 맛보았다. 대중교통수단인 트램을 타고 다닌 구마모토 여행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