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머리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대부분 억지로 연표를 외우고, 사람을 외우는 가혹한 시험으로만 기억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도 역사란 인류가 살아온 흔적이고 반복되는 삶의 모습이다. 그게 우리가 재미없지만 역시를 공부해야 할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이면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을 아래에 소개한다.
2. 사마천 - 사기
역사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무엇일까? 나라와 시대마다 다르겠지만, 유명세로만 순위를 매겨보면 사마천의 史記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등이 다섯손가락안에 들어갈 것이다. 역사적가치나 필력으로보면 사기나 로마제국의쇠망사보다 좋은 책이 많이 있겠지만...
오늘은 위에서 언급한 두 편중에서 사마천의 史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무제때 사람은 사마천은 사기의 저자로도 유명하지만, 치욕적인 형벌인 궁형을 당한 것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본래 사관 집안에서 태어난 사마천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성격이 강직한 인물로서, 흉노에게 귀순한 이릉 장군을 변호하다가 한무제로부터 미움을 사 궁형을 당했다. 남자의 고환을 자르는 고환은 죽고 싶은 정도로 수치스러운 형별이었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관 집안의 자식으로 후대에 모범이 될 만한 역사서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이 없었더라면 기꺼이 목숨을 버렸을 것이다.
그런, 수치를 견디면서 쓴 글인만큼 내용 하나하나 버릴 게 없다. 사기는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편년체가 아니라, 사관의 주제의식을 기초로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기술한 기전체 역사서로서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보면 논어, 맹자와 같은 경전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중국 최초의 지배자라고 불리하는 전설의 황제부터 한무제까지 이야기를 왕, 제후, 재상 또는 뛰어난 학자 등으로 구분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설속의 지배자부터 왕을 다룬 본서, 제후들을 다룬 세가, 제왕과 제후를 위해 일했던 인물들을 다룬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부 다 읽어보는 것이 좋겠지만, 분량이 주는 압박감과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읽기를 주저하는 분들에게는 '열전'을 추천한다. 역사의 진정한 가치는 과거 일을 보면서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를 배울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제왕의 업적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는 본서보다는 격동의 춘추전국시대에서 제후의 성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재상과 협객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세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을 알게 된다. 본인의 영달을 위해 행동한 사람에게서는 비참한 말로를 보면서 권선징악을 알 수 있고, 모시는 제후를 위해 고민하는 재상과 학자를 보면서 사고의 깊이를 배울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격동이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약 3천년전의 역사를 되새기다보면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 에드워크 카 - 역사란 무엇인가? - What is History?
과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故노무현 대통령일까?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인정받은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일까? 아니면 명불허전 궁극의 연기력을 보여준 송강호일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점쳐보면 영화에서 불온서적으로 나온 ‘에드워드 카 교수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 라고 생각한다.
사실 ‘역사란 무엇인가?’는 유명세에 비해 읽혀지지 않는 대표적인 책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본다. 나 역시 대학교 신입생시절 선배의 권유로 도전했다가 나의 지적능력에 한계를 느꼈던 안좋은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20살의 경험과 주요 관심사를 감안할 때, 이해가 안된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부끄러웠는지...
'역사란 무엇인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특정사건을 기술한 역사책이 아니라 '역사' 자체를 정의하고, 올바른 '역사가'를 위한 책이다. 6가지 소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것이 사실을 기술한다고 배우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수 많은 사건중에서 역사들이 선택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즉, 역사가들이 처한 현실과 철학 등으로 팩트를 선택할 때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그것이 마치 객관적 진실로 오해되어서는 안되며, 그러한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어렵고, 딱딱한 내용이지만 지금의 답답한 현실에서 한 줄기 답을 주는 책이라 생각하며, 가장 감동 깊었던 문구를 인용하면서 책소개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 시대의 위인이란 자기 시대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고, 그 의지가 무엇인지를 그 시대에 전달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행하는 것은 그의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실현한다. "특권이 없는 사람에게 주어진 보수의 대가는 특권을 빼앗긴 자들에게 부과되는 혁신의 대가만큼 무거운 것이다."
3. 존 줄리어스 노리치 - 지중해 5000년 문명사
희대의 이야기꾼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영국에서 나온 또 한명의 유려한 이야기꾼 '존 줄이어스 노리치'....저자인 존 줄리어스 노리치는 외교관 출신으로 그리스 근무시절에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동로마를 비롯해 유럽역사에 대한 재미있는 책을 여러권 출판하였고 지금 소개하는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는 유럽문화의 태생지이자 보고인 지중해를 중심으로 패권의 이동을 설명한 역사서이다.
지금은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중심이 지중해 국가가 아닌 북해국가로 넘어갔지만, 산업혁명 이전만 하더라도 유럽문명의 중심은 지중해였다. 실제로 지난 세월 유럽을 지배했던 열강들을 보면 그리스 → 로마 → 동로마 → 로마교황 → 스페인 → 프랑스 등 지중해를 인접한 국가들이었다. 유럽의 패권이 지중해국가에서 북해국가로 넘어간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크게 보면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함대에게 패배하고, 북해의 청어/대구잡이가 활성화되면서 경제의 중심지가 북해지역으로 넘어간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공업발달이 북해국가 중심으로 이루어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해중심의 유럽문명은 길게 봐도 400년 전후이고,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유럽문명은 대부분 지중해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지중해국가를 중심으로 유럽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저자는 고대문명인 이집트, 그리스부터 세계대전까지 5천년에 걸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특히, 서로마 제국 멸망이후 이탈리아와 지중해섬(크레타, 키프로스, 몰타 등)관련 이야기는 마치 삼국지나 초한지를 읽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유럽의 역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추신 : 이 책을 다 읽으면 저자의 또 다른 역작인 '비잔티움 연대기'도 한 번 도전해 보기를)
4. 주저리주저리
밀도가 다른 책들을 나열해서 죄송하지만, 가볍게 접근하실 분들은 3 -> 1 -> 2로 가시고, 처음부터 강하게 가실분들은 2->1->3으로 접근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