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구석에 놓인 선인장이 눈에 밟혔다
한 달 넘게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꼿꼿하다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가시에 찔렸는데 따끔했다
피가 맺힌 손가락을 보며 생각해봤다
'너는 왜 가시를 세우고 사니?'
아마 살아남기 위해서였겠지…
누군가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내 수분을 뺏기지 않으려고
건조하고 메마른 사막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테다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보니 가시를 세우고 살았던 내 모습이 보인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다치기 싫어서, 내 감정을 낭비하기 싫어서
"됐어요", "괜찮아요"라는 말로 뾰족하게 벽을 쳤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어느새 나도 누군가에게 따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을 한 컵 떠와 선인장 화분에 부어주었다
흙이 물을 머금고 색이 짙어진다
가시를 없앨 순 없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촉촉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나에게도, 너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