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내밀어준 이름 모를 사람들

모르는 이들이 건넨 위로

by 머머씨



인터넷에 헌혈증 인증 사진을 보면

나는 가끔 혼자서 울컥한다.



2001년 인터넷이 아직 투박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매일 들락거리던 포토샵 팁을 공유하는사이트 게시판에 조심스레 글을 남겼다.


"엄마가 아파요. 혹시 헌혈증 있으신 분... 부탁드립니다."

어린 마음에 주절주절 올린 그 글은 사이트 운영자에 의해 공지로 올라갔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댓글이 달렸다.


"보내드릴게요."
"주소 알려주세요."
"힘내세요."

운영자가 직접 헌혈증을 모아 보내주기로 했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100장이 넘는 헌혈증과 성의 가득한 모금이 도착했다.


난생 처음 겪어 보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익명의 누군가의 도움에 이렇게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받은 소중한 마음


가끔 헌혈증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의 따뜻함이 가슴에 불을 지핀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모두가 이기적이 된다고..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누군가 절실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그리고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다는 것을.


솔직한 고백을 하나 하자면 나는 헌혈을 하려 하면 늘 빈혈 판정을 받는다. 그래서 태어나 한 번도 헌혈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대신 작은 것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도움이 되는 건 해보려고 한다.


정기기부라든가 모금 같은 것 등..


그렇기에 꾸준히 헌혈을 이어가는 이들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묵묵히 꾸준히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나를 부끄럽게 하고 또 고맙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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