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그리운 밤
가끔 그런 밤이 생각난다.
20대 초반, 포장마차에서
소주 각, 1병씩 들고 '짠'도 없이 언니들과 나눴던 끝없는 수다.
주제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쉴 새 없이 쏟아지던 이야기들.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모른 채
그저 웃고, 또 웃었던 시간.
술자리가 끝나도 헤어지기가 왜 그리 아쉽던지
24시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 첫차를 기다리며 조잘대던 얼굴들.
밤새 떠들어 쉰 목소리로 아침을 맞이하던 우리.
옆자리 싸움에 112에 신고도 해보고
낯선 테이블에 끼어들어 쪽팔려 게임도 했던 철부지 시절.
모르는 사람들과도 재는거 없이 해맑게 어울리던 순간.
그 와중에 서로 혈기로 눈이 맞아 탄생한 커플들.
술에 취해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나날.
뭐가 그리 즐겁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했고 창피한 시간.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는 사회생활이 미숙했던 어른이.
술도 몰랐고, 자리를 지키는 법도 서툴렀지만
그래도 같이 떠들어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지금은 술도 알고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야 하는지도 알지만
함께 웃고 떠들어 줄 사람이 없다.
요즘 SNS에 재잘재잘 수다를 푼다.
남편과의 대화는 불가.
중간 관리자 된 그는 회사업무와 직원들에 치여
자기 속상한 얘기 하느라 바쁘다.
밤에 핸드폰 불빛 아래 혼자 웃는 내 모습.
나도 가끔은 내 입으로 한바탕 떠들고 싶은데
내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
아마 그래서일 거다.
점점 웃을 자리보다
함께 웃던 사람을 더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커피 한잔 들고 공원에 앉아도
함께할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누군가와 함께 아무 주제 없이 떠들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아주 귀한 일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