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던 날들
대학 졸업식 날,
몇몇 동기들은 부모님과 사진을 찍었다.
나는 혼자였다.
어딘가 남은 마음의 헛헛함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대학생이나 돼서 이런 거에 서운하다니.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가족관계를 적는 칸 앞에서 펜이 멈췄다.
그 부재를 감추고 싶었나 보다.
결혼식 날,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을 때
문득 엄마가 내 눈썹을 지적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렇게 그리는 거 아니야."
귀찮던 잔소리가 그리웠다.
그날 엄마는 없었고,
신랑 어머니가 내 손을 다독여 주었다.
동생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바람에 2년 동안 내가 아이를 돌봤다.
열 나는 밤, 잠들지 못하고 지켜보던 시간.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웃음 섞인 연기를 하던 오후.
조카가 웃을 때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제야 알았다.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구나.
무섭고 외롭고 힘들면서도 나를 안고 버텼겠구나.
그렇게 알게 된 모성은 낳지 않아도 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야 엄마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마지막 생일에
병실에서 웃으려 애썼던 그 얼굴이 떠오른다.
웃고는 있었지만 그 눈동자엔 슬픔이 담겨 있었다.
나는 엄마보다
더 많은 생일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 사실이 묘하게 슬프다.
엄마의 시간이 멈춘 자리에서 나는 살아간다.
기억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잊히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그 기억을 끌고 또 하루를 살아낸다.
엄마,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