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오이의 부활

된장오이무

by 머머씨

냉장고 문을 열었다.


김치찌개를 끓이기 위해 재료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한쪽 구석에서 시든 오이 하나를 발견.


반들반들했던 표면은 사라지고

주름이 자글자글 잡혀 있었다.


버려야 할까? 살려야 할까?

쓰레기통을 향하던 손이 잠시 멈췄다.


순간 떠오른 생각.

된장.


주름진 오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로 도톰하게 썰었다.


그릇에 된장을 풀고 오이를 넣고 쓱쓱 무쳤다.


그렇게 주름진 오이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첫 입.

아삭.


눈이 커졌다.


다시 한 입.

아삭아삭.


기적처럼 시든 오이가 부활했다.


죽어가던 오이에게

새로운 생명이 깃든 순간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남편의 감탄이 뒤따랐다.


평소 '버리기 선수'였던 내가

오늘은 살리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버리는 건 제일 쉽다.

그냥 손을 놓으면 된다.


하지만 살리는 일은 다르다.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손을 보태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려낸 것들은

놀랍도록 달콤하다.


버려질 뻔한 오이 한 개.

오늘은 식탁 위의 밥도둑이 되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줄었고

지갑은 안 열렸으며

거기에 맛있는 반찬까지.


작은 선택이 만든 나비효과.


그리고 어쩌면

지구도 아주 조금은 살아났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는 오늘 지구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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