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목민의 화상
어느 오래된 경전에는
불꽃이 꺼지지 않는 지옥이 기록되어 있다.
초열지옥(焦熱地獄)
타는 고통이 끝없이 반복되는 장소.
불교 경전은 이곳을
‘지식 없이 권력을 좇은 자들이 가는 곳’이라 한다.
오래 된 경전이 경고한 욕망의 함정.
오늘의 스마트폰 속에서도 같은 불길이 타오른다.
요즘 '누구나 쉽게 가능한 부업' 광고들 속에서 현대판 초열지옥의 모습을 본다.
배운 것 없이 권력을 탐하던 이들이 갔던 옛 지옥이라면 지금은 배운 척하며 성공을 팔아넘기는 이들이
새로운 지옥을 짓고 있다. 계산된 미소로 반복되는 말들.
“일주일 만에 100만원.”
“AI로 돈 버는 법, 지금 시작하세요.”
실체 없는 성공 신화들은 정해진 배경, 정해진 문구, 정해진 성공 공식만 보여준다.
호기심 반, 심심함 반. '초보자도 가능한 부업'강의를 들었다. 시간은 많고 딱히 할 일도 없던 집순이였으니까. 결과는? 예상대로. 의미는 없었다. 그냥.. 그랬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비결은 간단해요."
60분 내내 ‘간단하다’는 말만 반복됐다. 진짜 정보는 없었고 마지막에 들은 말은 이것뿐.
"진짜 노하우는 제 클래스에서만.
이번 주안에 구매하시면 50% 할인"
그들도 처음엔 절실했을 것이다. 삶을 바꾸고 싶었고 나름대로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절박한 사람을 타깃으로 삼는 순간. 지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욕망만 불길로 남아 버렸다.
욕망만 자극하는 이 콘텐츠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 순환 구조다.
오늘의 피해자가 내일의 판매자가 된다.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 시작해
"나도 이런 강의를 팔아야 한다"로 끝나는 순환.
현실적 과정은 생략한 채
화려하게 편집된 영상들 앞에서 밤새 물어본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스마트폰 불빛 속에서 누군가는 꿈을 좇고
누군가는 그 꿈을 상품으로 팔아넘긴다.
두 욕망이 만나는 순간
새로운 지옥의 문이 열린다.
스크롤을 멈추고 생각해본다.
배움은 약속이 아닌 성장의 과정 속에 있다.
불꽃은 타올라 재가 되지만
씨앗은 묵묵히 자라 숲이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른 불길이 아닌 더 깊은 뿌리일지도 모른다.
당장의 '성공법'을 찾기보다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제보다 조금 더 알게 된 것은 무엇인지.
남에게 팔 지식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게 할 지식은 어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