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맛

3분짜리 인생

by 머머씨



어느샌가 기다림이 주는 설렘을 잊었다.


편지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

빵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

씨앗이 싹을 틔우는 순간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기다림의 선물이었다.




요즘 편의점에서 파는 레토르트 음식은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딱 3분만 기다리면 된다.


근데 그 맛은 왠지 허전하고 깊이가 없다.


엄마가 끓여주던 카레는

늦은 아침부터 서서히 끓이기 시작해

저녁이 되어서야 먹을 수 있었지만

그 첫 숟가락은 하루의 기다림보다 값졌다.


그 기다림이 주는 향과 깊은 맛을

3분으로 압축할 수 있을까?


옛날 어른들은 말했다.

모든 값진 것들은 기다림 속에서 태어난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들은

모두 기다림 끝에 찾아왔었다.



첫 취직 통지를 기다리던 그 불안했던 시간에

마지막 면접 후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 풍경이 유난히 선명했던 기억


그런데 나는

자꾸 빨리빨리 달려가기만 할까?


아마도

기다림이 주는 설렘을

다시 배워야 할 때인가 싶다.


조급해지는 상황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한다.


'기다리는 시간도 삶의 일부지.'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고 시끄럽다.

모두가 무언가를 '즉시' 원하고 '결과'를 재촉한다.


조금 덜 서두르고

조금 더 기다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기다림 속에서 삶의 깊은 맛을 발견하는 것


나는 오늘부터 조금 느리게 걷기로 했다.


그 시간이 또 다른 선물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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