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더 기억되는 사회
첫 독립 했을 때였다.
새로 이사 간 집으로 첫 우편물이 도착했다.
아무 생각 없이 열어 본 그것은
전 세입자 이름으로 된 건강보험료 연체 고지서였다.
모르는 사람의 밀린 돈을 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저런 우편물 받을 날이 오려나 싶어서.
한 달만 밀려도 국가는 정확히 알고 있다.
사람이 사는지 죽는지는 관심 없어도
돈은 빠뜨리지 않고 기억하는 세상
그날 이후로 나는
통장에 잔액이 10만 원 아래로 내려가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느 날 내 인생도
이 한 장 짜리 고지서로 설명될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