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이 몸에 배었다.
비 오는 날엔 기분이 좀 그렇다.
괜히 괜찮다가 또 괜히 우울해지고
예전엔 이게 내 성격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날씨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국민학교 1학년 여름방학 끝난 개학식 날이었다.
그날따라 하늘에서는 비가 참 잘도 퍼부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고모집에서 시골살이하던 때라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1시간.
어린 마음에 눈치 보며 생활하던 시절이다.
그 어린 다리로 축축한 신발을 끌며
우산은 바람에 뒤집혀 쓸 수 없고
데리러 와줄 어른도 한 분 없었다.
아프게 내리던 장대비보다
서운함이 먼저 몸에 배던 8살에 작은 아이.
그래서인가?
난 비 오는 날을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게 됐다.
그러다 가끔, 정말 가끔..
갑자기 감정이 세게 차오를 때는
그냥, 어디선가 서러움이 젖어오는 기분이다.
그것이 겉인지 내 속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다.
창밖의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내 안의 애매한 감정과 닮았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그리고 나는 또 젖어간다.